[헝다사태로 본 해외부동산 투자]② 해외 부동산펀드, 시한폭탄되나

입력 2021-09-28 17:52수정 2021-09-2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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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신용평가 )

헝다그룹 사태 여파로 한때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받던 해외부동산 투자 상품의 손실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헝다그룹 사태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글로벌 실물자산의 버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부동산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팔았고, 연기금들도 관련 투자 규모를 늘려온 터라 충격이 계속될 경우 손실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헝다 셧다운’에 위기 맞은 해외부동산 = 해외대체투자 관련 펀드의 수와 설정규모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가장 대표적으론 해외부동산의 원활한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아 환매가 연장되는 펀드가 나오는가 하면 해외 현지 운용사의 부실 등으로 부동산의 관리 및 매각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여 일부 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문제가 있다.

대표적으로 JB자산운용 관련 상품 중 KB증권에서 판매된 ‘JB호주NDIS’와 하나은행에서 판매된 ‘JB영국루프탑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호(영국 루프탑펀드)’에서 환매중단이 발생했다.

2019년 설정된 ‘JB호주NDIS펀드’는 호주 정부의 장애인 임대아파트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얻는 사모펀드로 설정됐으나 현지 사업자인 LBA캐피탈이 원래 계약과는 달리 다른 부동산에 투자하고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부정을 저질러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해당 펀드는 KB증권을 통해 기관투자자에게 2360억 원, 법인 및 개인 투자자에게 904억 원 판매됐다.

영국 하이파에셋매니지먼트(Hypa Asset Management)와 국내 JB자산운용에 의해 설정된 ‘JB영국루프탑펀드’ 역시 영국 옥상 리모델링 사업에 투자하도록 설계됐지만 현지 운용사가 약속했던 옥상 사업이 아닌 다른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차질이 발생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20일까지 상환을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해당 펀드는 하나은행을 통해 41명에게 255억7000만 원 규모로 판매됐다. 하나은행과 JB운용측은 영국 현지 법무법인을 선임해 지난해 6월 말부터 채권추심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JB자산운용에 대한 제재 절차를 끊김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깜깜이’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를 막기 위해 증권사에 현지 실사를 의무화하기로 한 내용의 리스크 관리 모범 기준을 지난 3월부터 시행했지만, 업계에선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모범 기준 시행 이후 증권사들이 부담스러워 했던 건 사실”이라며 “규제 영향에 따른 위축으로 자칫 좋은 해외투자 기회를 잡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투자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투자에 앞서 부실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연구계 의견도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현지 방문 제약 등으로 해외대체투자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투자자산의 부실가능성을 점검하고 수익률 저하에 대응한 관리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검증 역량 부족에 ‘깜깜이’ 투자 =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자기자본 순) 등 8개 대형 증권사의 해외 대체투자 위험노출(익스포저) 규모는 19조 원에 이른다. 8개사 자기자본 합계 43조7000억 원의 43.5%에 달한다.

해외 대체투자는 상당 부분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전체의 58%에 이르는 11조 원이 해외 부동산 자산으로, 8조1000억 원(42%)의 해외 특별자산을 훨씬 웃돈다. 한신평은 8개사의 해외 대체투자 관련 부실 인식 규모를 총 84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호텔과 복합시설, 항공기 투자 등의 부실 인식 규모가 큰 편이다. 이에 해외 호텔 투자 비중이 큰 미래에셋의 부실 인식 금액이 전체의 8.6%에 이르는 332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메리츠(1662억 원·5.2%), 신한금투(1304억 원·5.3%) 등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컸다.

해외 부동산 투자(펀드, 실물)도 위험도 빠르게 커진 것은 일차적으로 저금리 때문이다. 주식·채권 같은 전통적 자산으로는 안정적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부동산 등 대체 투자 시장이 급성장했다. 특히 해외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삼은 금융 상품이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포장돼 불티나게 팔렸다. 해외 빌딩을 놓고 우리나라 금융사들끼리 서로 먼저 사려 경쟁을 벌이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곤 했다.

문제는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부동산 펀드나 실물 투자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역량이 있느냐 여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7일을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부동산개발특별자산1투자회사’ 상품의 수익률은 -26.9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파생형)ClassA’와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파생형)ClassC-I’의 수익률 역시 각각 -15.07%, -14.82%를 기록했다. 이 밖에 ‘미래에셋맵스호주부동산투자신탁2’의 수익률은 -10.49%를 기록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 ‘증권계 금융그룹의 부상-미래에셋, 메리츠, 한국투자 금융그룹 비교분석’ 유튜브 방송을 통해 “(코로나19로) 해외대체투자 해외실사 어려움으로 기존 미매각분 정비에 힘쓰는 모습이나 아직 잔여 미매각 물량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피스는 당장의 부실률이 높지는 않지만, 재택근무 확산, 공실률 증가 등의 가격하락 압력이 존재한다”며 “상업ㆍ복합부동산은 주로 오프라인 소비 감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진 기자, 이난희 수습기자, 김예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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