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의원, 예비군 훈련 미실 시 종료 현황 최초 조사
“’진료확인서’, 발급 용이에 횟수 제한 없어” 인터넷상 꼼수로 소개
軍 “예비군 편성 연차가 끝나면 어쩔 수 없어”
실제로 단순 '진료 확인서' 등 연기 사유로 8년간 예비군 훈련을 단 한 차례도 받지 않더라도 국방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훈련 연기자를 대상으로 한 운영 방침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연기'가 사실상 '면제'가 된 셈이다. 특히 '진료확인서'인 경우, 연기 제한 횟수도 없을뿐더러 발급절차도 간단해 훈련 기피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목할 점은 2위를 기록한 '질병 연기' 항목이다. 질병 연기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진료확인서'가 악용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데 있다. 주요 업무 및 시험응시 등 시험 연기는 6회로 제한하지만, 질병 연기는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규정에서도 '진료확인서'는 질병 연기 참작 서류로 인정한다. 이에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소위 '예비군 연기 꿀팁'이라는 내용으로 '진료확인서'가 진단서보다 발급 절차도 간단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며 공공연하게 공유됐다.
예비군 훈련 현장에서 '진료확인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예비군지휘관은 "질병 사유를 증명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내야 하는데, 진단서보다 진료 확인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체감상 10명 중 9명"이라며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전했다.
그간 예비군 정례화를 외치던 국방부의 행보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예비군 소집훈련이 2년 연속 전면 취소되면서 도입된 원격교육 마저 예비군 10명 중 4명도 참여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예비군을 소집하지 않지만, 악용 우려가 제기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소한 반복적으로 진료확인서를 제출한 사례에 대해선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8년 동안 예비군을 연기하면서 훈련을 기피한 이들에 대해서도 향후 훈련 방침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예비군 7년 차인 직장인 B 씨(31세)는 "회사에 일이 쌓인 날에는 예비군 가기도 부담스러운데 누구는 이런 허점을 이용해서 훈련을 피하고선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니냐"며 "이대로 방치하면 예비군들 사이에서 불공정 논란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예비군 훈련 연기자에 대한 별도의 방침이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악용 가능성에 대해선 일축했다. 군 관계자는 '8년 차를 넘긴 예비군 연기자에 대한 운영 방침'을 묻는 말에 "8년 차 넘어가는 경우, 통상 예비군 편성 연차가 끝나서 사실 훈련이 그냥 끝난다"며 "편성 연차를 끝난 이들에게 의무를 부과하려면, 또 다른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또 횟수 제한이 없는 진료확인서가 연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사실 예비군 지휘관이나 관계자들이 진료확인서를 보고 질병 상태 (경중)를 진단할 수 없다"면서 "허위로 연기할 땐 지금도 예비군법 벌칙을 적용해서 처벌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김병주 의원은 "누군가는 진료확인서만 제출하고 예비군을 미루고, 누군가는 생업도 제쳐놓고 훈련을 받아야 하는 불공정은 해소돼야 한다"며 "훈련 회피로 악용되지 않도록 확고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