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업계, 코로나19·구조적 문제 이중고
기후변화 따른 '자연재해' 영향도
어느새 쌀쌀해진 가을 날씨 속에 산업계에도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한파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IT·자동차 업계는 물론, 데이터 센터·의료 장비업계까지 전방위 산업 분야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파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은 건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IT업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의 90%가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T 공룡 애플 조차 반도체 수급난을 피하지 못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아이폰13 생산 목표치를 최대 1000만 대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애플은 연말까지 아이폰13 생산 목표치를 최대 9000만 대로 잡았으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브로드컴 등 반도체 업체의 공급 부족으로 생산량을 1000만 대 줄이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가장 강력한 구매력을 갖고 있음에도 반도체 부족을 겪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이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폭증했지만, 반도체가 부족해 제품을 수요만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삼성의 폴더블 폰을 구매하려면 개통까지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도 반도체 수급난에 생산이 지연되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는 공장 생산량을 수백만 대 줄였고, 이에 따라 회사 수입도 수십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반도체 수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수급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병목 현상이 발단됐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자동차 업계는 신차 수요가 줄 것으로 보고 반도체 주문을 취소했으나 백신 보급 이후 신차 판매량이 회복되면서 주문을 늘렸지만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다만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수급 문제에는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낮은 구조적인 문제도 자리하고 있다. 차량의 엔진, 에어백 등을 제어하는 반도체는 사양도 낮고, 제조 업체가 마진도 많이 남기기 어렵다. 제조 업체들은 마진이 작기에 당장 생산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업체들이 설령 생산을 늘린다고 해도 실제 생산량 증대까지는 9개월이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도 반도체 수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반도체는 대만의 TSMC와 같은 대형 제조사가 제작하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중소 업체들이 반도체를 조립하고 검사한다. 문제는 해당 지역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지 못해 현지 업체들이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뭄과 한파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도 반도체 수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2월, 텍사스에 30년 만에 기록적인 한파가 닥치며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셧다운 돼 약 4000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또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지난여름에 56년 만의 가뭄으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