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대란에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 하고 있다. 때문에 원자재와 천연자원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들의 수익률 역시 개선세가 완연하다. 하지만 정작 관련 상품에서는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며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13일 이투데이가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설정액 10억 원 이상인 원자재펀드 42개에서는 연초 이후에만 1조5534억 원이 유출됐고, 천연자원펀드에서는 1조4651억 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펀드들에서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원자재펀드와 천연자원펀드에서는 최근 6개월 사이에도 각각 7327억 원, 6645억 원이 유출됐고 최근 3개월 사이에도 2796억 원, 2559억 원의 뭉칫돈이 사라졌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 최근 3개월 사이 1조5544억 원이 유입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개별 펀드로 보면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 펀드에서 최근 3개월 동안에만 290억 원이 줄었고, 하이월드광업주 펀드도 148억 원이 빠져나갔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원자재와 천연자원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알루미늄 가격은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40% 이상 뛰었고, 구리와 니켈은 각각 20.7%, 15.9% 상승했다.
또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14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으며 올 들어서만 64% 올랐다. 천연가스 가격은 6개월 동안 두 배 뛰었고, 난방용 기름 가격은 68% 올랐다. 발전용 석탄 가격도 연초보다 140% 이상 급등했다.
때문에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자재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8.25%, 최근 3개월 수익률은 3.10%를 기록했고 천연자원펀드는 같은 기간 35.20%와 6.13%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최근 3개월 수익률만 놓고보면 이들 펀드는 테마형 펀드 중 농산물 펀드와 기타 ETF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양호한 수익률에도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원자재 가격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금이 몰려있던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개선을 틈타 환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원자재펀드의 2년 수익률은 10.55%, 천연자원펀드는 0.94%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원자재와 천연자원 수급 현황이 당분간 계속되면서 이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수급 불안과 글로벌 전력난 등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해 라니냐(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낮아지는 현상) 영향으로 북반구 겨울 한파 우려가 지속되면서 재고 확보를 위한 원자재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