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 참가해 중국에 맞설 가능성도
새 안보 틀인 오커스로 쿼드 확대 개편 기회 생겨
중국이 포괄적·점진적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카드로 아시아 무대 영향력 확대를 꾀하자 미국이 다급해졌다. 무역협정에 복귀할 수 있지만 반대 여론이 높다. 아예 다른 다자 무역 틀을 주도할 가능성도 나온다.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미국의 선택지 중 하나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조기 복귀를 꼽는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복귀를 신청할 경우 중국이 스스로 가입을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이 먼저 복귀하게 되면 회원국 만장일치가 필요한 중국의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자진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 여론이 TPP 복귀에 우호적이지 않다. 이를 의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당분간 무역협정 체결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미국의 TPP 복귀를 강하게 주장해 온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도 “반대 여론이 뿌리 깊고 정치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인정했다.
무역협정 복귀 대신 다른 다자 협상 참여가 거론된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3개국이 지난해 6월 체결한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에 참가해 이를 주도, 중국에 맞선다는 구상이다. 해당 협정의 목적은 ‘무법지대’라고 불리는 디지털 공간에서 데이터 유통, 프라이버시 보호, 인공지능(AI) 관련 투명하고 개방적인 규칙을 조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미국으로서는 아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에 맞선다는 의미도 있다. 중국은 미국 주도 디지털협정 구상에 대해 “중국을 봉쇄해 지역 발전을 막으려는 음모”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안보에 초점을 맞춘 ‘쿼드(Quad)’를 경제 부문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산발적으로 안보 대화를 해온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네 국가는 중국 부상에 맞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으로 쿼드를 격상시켰다. 최근 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한 쿼드는 9월 첫 대면회의에서 사이버 범죄, 반도체 공급망, 기후변화 대책, 인프라 구축 협력을 재확인했다. 신기술 개발에서도 긴밀하게 협조해 차세대 통신 기기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표준을 만드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9월 새 안보 틀인 ‘오커스’ 창설로 쿼드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해석도 있다. 이웃나라인 중국을 군사적으로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일본과 인도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군사적 색채가 희미해진 만큼 아세안 국가들의 참여가 수월해진다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환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