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개월 전. "메모리 반도체에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는 모간스탠리의 보고서를 받아들었을때, 투자자들은 암담한 심정이었다. 이 보고서가 나오자 마자 반도체 관련주들은 하락과 횡보를 거듭했고, 투자자들은 이른 겨울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막상 겨울이 오자, 반도체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길고 혹독할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겨울’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20% 오른 7만4900 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5.20%는 올해 1월 8일 기록한 7.1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오늘(23일)도 장중 한때 매도세가 우세했으나 결국 전일 대비 400원 (0.53%) 오른 7만53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22일 전일 대비 7.62% 상승한 12만 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호황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도 3거래일 만에 3000대를 회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들은 8월경부터 하락과 횡보를 반복했다. 반도체 수급난과 수요 부진, D램 가격 하락 등 반도체 산업이 크게 둔화하는 ‘반도체 겨울’이 올 것이라는 증권계 전망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어닝 서프라이즈와 사상 최대 매출 등 호재에도 꾸준히 내려앉았다.
그러나 최근 증권계는 ‘반도체 겨울론’을 걷어내는 추세다. 비관론의 선봉에 섰던 외국계 증권사들도 ‘반도체 겨울’이 머지않아 종식되고, 상황도 크게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이미 올해 하반기와 내년 업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증권사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삼성전자 종목 보고서에서 “메모리 가격이 약세지만 4분기 가격은 연구원들 예상보다 덜 나쁜 편”이라며 “2022년에는 생산업체의 낮은 재고와 클라우드 서버 강세로 인해 가격 하락장은 짧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씨티증권 역시 D램 가격 조정이 “끝을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으며 이로 인해 반도체 경기가 내년 상반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버스 등 미래산업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반도체 업계 미래 예측에 힘을 더해준다.
그간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가 덜 활용될 것이라는 시장 인식으로 인해 메타버스가 부상했음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외면받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많은 메모리 사용을 필요로 하는 메타버스 특성상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에버코어는 19일 마이크론과 램리서치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분석하며 “메타버스 생태계를 위한 고성능 컴퓨팅은 D램 없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 진단했다. 이어 “PC 생산 차질이 완화되고,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설비 투자가 연말에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도체 수요 호황을 예측했다.
주식시장에서도 반도체 업황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며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최근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이 지수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이 큰 30개 종목을 골라 지수화한 것으로 세계 반도체 경기의 척도로 여겨진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최근 주가 반등은 과했던 우려를 되돌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내년 2분기 중 메모리 업황 반등을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도 “D램 메모리 반도체 하강기는 짧게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2022년 하반기부터 D램 반도체 가격 하락률이 축소되며 상승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