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준공 30년 차로 접어든 성남시 분당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기본계획 미수립, 높은 안전진단 기준 등 여러 규제가 사업에 발목을 잡고 있어 사업 진행엔 난항이 예상된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단지(삼성한신·우성·한양·현대 아파트)는 최근 ‘분당 시범단지 재건축준비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1991년 9월 지어진 이 네 단지는 지난달을 기점으로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30년을 넘겼다. 통합 재건축을 통해 기존 7769가구에서 1만 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재탄생한다.
분당구 서현동 Y공인 관계자는 “예전에 각 단지가 개별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려고 했었지만 사업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연한은 채웠으니 통합해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금으로선 시범단지 통합 재건축 사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용적률이 200%안팎으로 충분히 높아 사업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재건축을 위한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위해선 지자체의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상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야 하지만 시범단지가 있는 구역은 현재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성남시 관계자는 “시범단지가 있는 곳은 현재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곳”이라며 “아직 예정된 건 없다. 2024년에 있을 정비기본계획 타당성 검토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는 2024년 성남시가 진행하는 정비기본계획 타당성 검토에서 재건축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는 또 있다. 바로 현 정부 들어서 눈에 띄게 높아진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이다.
2018년 정부는 2차 정밀안전진단인 적정성 검토에서 ‘구조 안전성’ 평가 비중을 기존 20%에서 50% 대폭 늘렸다. 그러자 이 단계에서 탈락하는 재건축 단지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7월엔 준공 37년 차 노원구 대표 노후 단지인 ‘태릉우성’ 아파트가 이 적정성 검토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해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사실상 시범단지도 이 단계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여러 어려움 때문에 일찌감치 재건축을 포기한 다른 1기 신도시 단지들은 사업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규제가 적고 속도가 빠른 리모델링으로 발길을 돌리는 추세다. 일산 ‘문촌 16단지’·‘장성마을 2단지’, 평촌 ‘목련 2·3단지’, 산본 ‘우륵주공 7단지’, 중동 ‘한라마을 3단지’ 등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가 수요가 많은 지역인 만큼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분당을 포함한 1기 신도시의 경우 전체적으로 용적률을 최대로 잡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지구단위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