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중처벌 요건 아무런 제한 없어 과도한 형벌 우려"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하면 가중처벌하도록 한 이른바 ‘윤창호법’ 일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시간적 제한이 없는 등 범행보다 형벌이 과도할 수 있다는 취지다.
헌재는 25일 A 씨 등이 도로교통법 148조의2 제1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2018년 9월 만취 상태 운전자가 운전하던 차량에 대학생이던 윤창호 씨가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공분이 일었고,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로 관련 범죄의 법정형을 상향 조정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개정안에는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헌재는 “반복적 음주운전을 엄히 처벌해야 함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면서도 “해당 조항의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을 가중요건으로 삼으면서 해당 전력과 관련해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 데다 아무런 시간적 제한도 두지 않은 채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라도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다양한 행위 유형을 포함하며 그 경중의 폭이 넓으므로 형사상 책임주의원칙에 따라 그에 대한 법정형의 폭도 법관이 각 행위의 개별성에 맞춰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설정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혈중알코올농도 수준에 따라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안전의 위험성은 상대적 차이가 있다고 봤다. 원동기장치자전거를 2회 음주운전한 경우, 과거 위반행위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음주운전을 해 재범으로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의문 시 되는 음주운전행위도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점 등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헌재는 “비형벌적인 반복 음주운전 방지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가중처벌 요건 관련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한 이 조항은 형벌 본래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과도한 법정형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선애, 문형배 재판관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나아가 평등 원칙에도 반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음주운전 교통사고 40%가량은 재범에 의한 교통사고로 분류된다”며 “재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자의 가중처벌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한 헌재 첫 판단이다.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 조항으로 가중처벌받았던 음주운전자들이 재심을 청구할 전망이다. 다만 2018년12월24일 개정돼 2020년 6월9일 다시 개정되기 전까지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부분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위헌 판단으로 국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개정이 논의될 전망이다. 또 현행법으로 처벌받은 운전자들이 헌법소원을 청구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