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ㆍ美 연준 테이퍼링 가속화가 국제유가 하락에 영향
정유ㆍ석화업계 관계자 예의주시…향후 유가는 오미크론에 좌우
국제유가가 수 주째 하락하면서 정유ㆍ화학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 국제유가는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원유인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71.8달러(한화 약 8만4982원)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7.7달러 하락한 가격이다. 11월 셋째 주 80.6달러, 10월 평균 81.6달러를 기록했던 것을 봤을 때 지속적인 하락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속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먼저 국제 유가는 오미크론이 유행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오미크론 확산에 석유 수요가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원유시장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테이퍼링 가속화 발언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서 “테이퍼링을 몇 달 일찍 끝내는 게 적절한지를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테이퍼링의 가속화를 시사하면서 경기 우려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이로 인해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자 OPEC+(석유수출국기구)도 지난 2일 화상회의를 통해 내년 1월에도 증산하는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OPEC+는 지난 8월부터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바 있는데 이 같은 방침을 지속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요인으로 유가가 지속해서 하락하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유ㆍ화학업계는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정유업계는 유가가 하락하면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통상 국제 유가 하락은 정유업계 재고평가 손실을 늘린다. 또 유가 하락이 장기적으로 지속할 경우 석유 수요 회복에도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오미크론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제마진도 함께 하락했다"면서 "12월 실적은 정제마진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가 하락이 일시적일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도 있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우디 아람코가 공식 판매가격(OSP)을 인상한 것을 봤을 때 시장이 오미크론 출현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했다고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정 이후에 유가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는다. 유가가 하락하면 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통상 원유가격이 내려가면 제품 원가가 낮아지다 보니 마진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다만 오미크론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조절된 것이다 보니 OPEC+의 증산 추이를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향후 유가 안정화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심각성과 전파력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의 심각성 정도가 밝혀지기 이전까지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향후 오미크론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은 것으로 발표된다면 국제유가의 상승전환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전파력과 치사율, 기존 백신으로의 예방 효과 등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다"면서도 "2년간의 학습효과를 고려하면 대규모 수요충격 재현은 제한적일 것이며 전 지역 내 석유제품 재고가 연중 최저치까지 낮아져 있는 것도 공급 측면에서 부담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