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가 서울시의 무분별한 정보 취합과 자치구 예산 전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협의회는 "민간인 사찰과 다름없는 정보 취합은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7일 협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자치구에서 추진한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면서 사업에 참여한 단체의 명단, 강사의 약력, 강의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입장문에서 "시민 안전을 위해 개인정보 보호 의무가 있는 서울시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학생 명단이나 강의록까지 요구했다"며 "공문 형식조차 취하지 않고 담당자 이메일로 제출을 요구한 것을 보면 과거 군사독재 시절 민간인 사찰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성 협의회장은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는 방과 후 동아리 활동, 취미활동, 진로 탐색, 환경보전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인적사항이 왜 필요한가”고 반문하면서 “협의회에서는 과거 정보기관에서도 대놓고 수집하지 않던 사찰형식의 자료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겠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최근 서울시가 자치구에 제안한 ‘상권회복특별지원상품권’ 특별 발행 정책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예산 출처와 세부 계획이 미비하다고 꼬집었다. 재원으로 언급된 '특별조정교부금'이 본래 자치구 예산인데 서울시가 특별한 이유 없이 상품권 특별 발행에 배정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서울시가 지역 상권 살리기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자치구 예산으로 생색내기보다는 전액 시비로 편성하는 성의가 수반돼야 한다는 게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계획도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상권회복특별지원상품권’ 특별 발행을 제안하면서 자치구별로 손실 규모가 큰 ‘1/3 행정동’에 한정해 발행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동별 손실 평균과 상관없이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차별하게 돼 주민 갈등만 부추겼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협의회는 “모두가 힘든 시기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설익은 정책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사업이 추진된다면 ‘1/3 이하 행정동’에 제한하라는 서울시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모든 동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입장문은 권한대행 체제인 종로구와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특별시 23개 자치구 구청장 공동 명의로 발표됐다. 기자회견에는 이성 협의회장, 박성수 사무총장을 비롯해 10명의 자치구 구청장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