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없다" 자신감 피
중흥건설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대우건설은 세 번째 주인을 맞이하게 됐다.
중흥그룹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중흥그룹은 7월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5개월 만에 인수 실무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중흥그룹은 이달 중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하는 한편, 후속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업결합 심사는 약 1~2달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면 중흥그룹은 곧바로 인수대금 납부를 완료하고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최종 인수대금은 2조~2조1000억 원 선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능력평가 3위 건설그룹 탄생=대우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가 5위, 중흥그룹 소속 건설사인 중흥토건은 17위, 중흥건설은 40위다. 3사 시공능력을 합하면 단숨에 시공능력 기준 3위로 올라설 수 있다. 다만 중흥그룹 관계자는 “합병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와 계열사 편입 이후 ‘독립경영’을 핵심으로 하는 그룹 미래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독립경영 및 임직원 고용승계보장 △부채비율 개선 △임직원 처우 개선 △핵심가치(도전과 열정, 자율과 책임)의 고양 △내부승진 보장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 등 현안 사항을 선별하고 향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흥그룹은 대우건설노동조합과도 성실한 협의를 통해 상생하는 방향을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은 이날 SPA 체결식에서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며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흥그룹 “‘승자의 저주’는 없다”=IMF 사태로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당시 필요한 인수대금(2조9000억 원) 대부분을 대출이나 회사채 등으로 조달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난에 시달렸다. 결국 ‘승자의 저주’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0년 대우건설을 다시 KDB산업은행에 매각했다.
산은은 2017년 대우건설의 새 주인 찾기에 나섰고, 2018년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올랐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 문제로 인해 호반건설이 인수 철회 의사를 밝혔고, 결국 매각은 무산됐다.
이후 3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중흥그룹은 그동안 대우건설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앞서 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대우건설을 살려 세계적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인수 목적”이라며 “대우건설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처우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현재 248%에 달하는 대우건설의 부채 비율(2020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을 중흥그룹과 비슷한 수준(105.1%)으로 낮춰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승자의 저주’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여유자금으로 인수를 추진한 만큼 과거 금호그룹의 인수 때와는 천양지차”라며 “7년 전부터 인수할 마음을 먹고 각종 자료를 분석해왔다”고 밝혔다. 중흥그룹은 자산총액이 9조2070억 원(2021년 공정위 발표 기준)에 달한다. 보수적인 자금운영으로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이 더욱 역동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길 소망한다”며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도전과 열정, 자율과 책임, 신뢰와 협력으로 뭉친다면 내가 꿈꾸는 대우건설과 임직원 모두가 꿈꾸는 기업이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