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조현식, 별도 법인 2곳 설립…장녀 조희경 측 "성년후견 심판은 이번 인사와 별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며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은 차남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고문으로 물러난 장남 조현식 부회장은 별도 법인을 통해 독자 행보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22일 한국앤컴퍼니 인사를 보면 지난 4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조현식 부회장은 이번에 부회장 직위도 내려놓으며 한국앤컴퍼니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아직 등기이사 직위는 유지하고 있는데, 이사 사임은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라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앞으로 조 고문은 회사 외부에서 본인이 설립한 별도 법인을 앞세워 독자 행보를 걸을 전망이다. 조 부회장은 4월에 ‘엠더블유홀딩’, 6월에 ‘엠더블유앤컴퍼니’라는 법인을 각각 설립했다.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직후다.
서울중앙지법 등기국에 따르면 엠더블유홀딩은 △자산운용 및 투자업 △신기술사업 관련 투자, 창업 지원사업 등을 영위한다. 일종의 신기술금융사다. 신기술금융사는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를 응용해 사업화하는 벤처ㆍ중소ㆍ중견기업에 투자 또는 융자해주는 금융사를 말한다. 법인이 신기술금융사 역할을 하려면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하는데, 금융위는 신기술금융사의 자본금을 100억 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엠더블유홀딩은 9월에 자본금을 105억 원으로 늘려 신기술금융사 등록 요건을 충족했다.
엠더블유앤컴퍼니는 △투자 및 융자 △경영 및 기술 지도 △경영컨설팅 및 금융자문업 등을 설립 목적으로 명시했다. 엠더블유홀딩이 엠더블유앤컴퍼니의 사업을 총괄하는 지주사 겪으로, 조 부회장이 두 법인의 대표를 맡았다.
일각에서는 신설 법인을 앞세워 조 고문이 평소 관심을 둔 환경ㆍ재생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고문은 폐타이어를 재생해 고무칩 등을 생산하는 ‘아노텐금산과, 폐타이어 재생 기업 ‘에스아이카본’ 경영에 참여한 전례가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차기 후계자가 명확해진 것과는 별개로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은 계속될 예정이다. 앞서 조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의심하며 성년후견을 청구했고, 조현식 부회장과 차녀 조희원 씨도 이에 동참했다.
다만, 조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은 코로나19 여파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년후견 심판은 의학적 판단이 중요한 사안이라 법원은 공신력 있는 병원에 피청구인의 정신감정을 의뢰하고, 이 결과를 판단에 참고한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의 촉탁을 받은 국립정신건강센터, 신촌세브란스병원, 아주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이 모두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감정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또 다른 병원에 재차 감정을 의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성년후견은 해를 넘겨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청구인인 조희경 이사장 측도 이번 한국앤컴퍼니 인사와 성년후견은 별개의 일이라는 입장이다.
조 이사장 대리인은 본지 통화에서 “성년후견은 절차에 따라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조 이사장의 뜻에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