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이제 사회 경제적 회복을 위해 문화에 집중할 때

입력 2021-12-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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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2020년 11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 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파괴된 경제적, 사회적, 개인의 정신적인 손실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핵심요소로 ‘문화’의 의미가 강조됐다. 1999년 12월 창설된 경제 분야 국제협력체인 G20에서 경제적 발전이나 사회적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문화를 인정했다는 것은 역사상 최초이다. 문화가 그 본질적인 가치뿐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위기 속에서 경제와 사회의 회복을 위한 필수적인 역할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이를 계기로 2021년 7월에는 G20 문화장관 로마 선언(Rome Declaration of the G20 Culture Ministers)이 채택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문화의 힘을 확인한 사례로는 ‘발코니 콘서트’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혼자서 또는 집에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이웃과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심리적인 거리를 가깝게 지낼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일부 유럽국가에서 약속한 시각에 주민 여러 명이 발코니에 나와 노래를 부르거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플래시몹’부터 전문 뮤지션들의 콘서트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시작하면서, 문화예술이 사람들의 심리적인 우울감을 치유하고 소통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여 년간 3000개 이상 연구에서 예술이나 신체활동이 질병예방, 건강증진, 질병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하고 정책적으로 접근하길 권한 바 있었으나, 이제 우리는 코로나19의 위기를 경험하면서 그 효과를 실제로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격리 조치로 소비지출 감소 영향이 강한 분야는 공연예술 및 문화유산(라이브 음악, 극장, 서커스, 축제, 영화, 박물관 및 유적지), 관광(호텔, 레스토랑, 패키지관광), 엔터테인먼트 및 레크리에이션 활동과 같이 장소와 대면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서비스 산업이다. 이러한 문화서비스 산업의 침체는 관련 종사자의 일자리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관련 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손실액도 매우 컸다. 실제 영국예술위원회(ACE)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술, 오락 및 레크리에이션 분야의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감소해 현재와 같은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총부가가치(GVA)가 26%나 감소한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전 세계 국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복구를 위해 문화서비스 분야 관련 종사자들의 소득과 고용 문제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관련 사업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긴급하게 추진했다. 이러한 재정 지원정책은 관련 분야와 업계에서 생계를 꾸려 나가는 종사자들과 관련 기관 운영의 지속성과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재빠른 정책결정과 지원책이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넘어서 일상의 삶의 유지와 회복을 앞당기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2022년 우리나라 정부 예산이 국회 본회의를 거치면서 대중음악공연 인력 지원, 공연예술 분야 인력 지원, 영화관 인력 지원, 관광 MICE 산업 육성 지원, 스포츠산업 금융 지원 등 문화·관광·체육업계 맞춤형 지원이 증액됐다고 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 지원이나 관련 전문인력 고용 회복 및 고용 지원에 집중된 예산이 증액됐다. 즉 문화서비스 일자리에 대한 직접 투자를 촉진하고 관련 사업체와 전문인력을 연결하는 사업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적 발전이나 사회적 회복을 꾀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반갑다. 코로나 대유행이 끝나게 되면 문화서비스에 대한 소비 심리는 어느 정도 회복 양상을 보일 수는 있지만,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이나 분노 등 정신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대책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에 대해서 공공정책에서 진지하고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점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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