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사고 쳐도, 적자여도’…몸값 높아진 프로야구 선수들 이유는?

입력 2021-12-2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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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FA로 총액 150억 원에 NC 다이노스에서 기아 타이거즈로 이적한 외야수 나성범

KBO(한국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뜨겁다. 대형 계약들이 이어지면서 FA(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만 총액 1000억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SSG 랜더스가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 등 내년 FA 대상 선수들과 미리 다년 계약을 맺은 것까지 포함하면 이미 1000억 원을 훌쩍 넘겼다는 의견도 있다.

이같은 FA 시장을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는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구단 적자가 심각하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FA' 대어들 쏟아져…100억 원대 계약 선수 다수

그동안 가장 FA 계약 액수가 많았던 해는 총 21명의 선수가 계약했던 2015년(766억 2000만 원)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단 13명이 계약을 마쳤음에도 967억 원에 육박했다.

올해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대개 팀의 주축이거나 프랜차이즈 스타인 경우가 많아 ‘역대급’ FA 시장이 되리라는 것이 이미 예견됐다. 나성범(NC->기아)은 6년 150억 원으로 역대 KBO FA 총액 타이기록을 이뤘다. 이외에도 김재환, 김현수(각각 두산, LG 잔류)가 총액 115억 원, 양현종(텍사스->기아)이 103억 원, 박건우(두산->NC)가 100억 원에 계약 도장을 찍으며 100억 원 이상 계약 선수만 5명을 넘어섰다.

100억 원대가 아니더라도 박해민(삼성->LG), 손아섭(롯데->NC), 박병호(키움->KT), 최재훈(한화 잔류), 백정현, 강민호(삼성 잔류), 황재균(KT 잔류) 등 ‘FA 대어’들이 적지 않은 금액에 계약을 마쳤다.

▲(뉴시스)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회관

코로나 방역수칙위반 · 집단감염 · 리그중단 · 올림픽 노메달 등 논란 이어진 KBO

올해 한국 야구계는 끊임없이 비판에 시달려왔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흥행 부진을 겪으면서 일부 선수들의 일탈 행위로 시작된 사건·사고들로 비난을 자초했다.

시작은 올해 7월 NC(박석민,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 선수들이 원정 숙소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면서 일반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이 드러나면서부터였다. NC 선수들 중 백신을 맞은 박민우를 제외한 세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키움(한현희, 안우진)·한화 선수들도 외부 호텔에서 같은 일반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동시에 KBO 내 코로나19 확진과 밀접접촉 사례가 급증하며 KBO는 1982년 출범 이후 최초로 리그 중단 사태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NC와 두산, 한화 등이 확진자와의 접촉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설상가상’. 리그 중단 결정 과정에서도 다수 구단이 리그 중단을 반대했으나 일부 팀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가 중단을 강행하게 됐다는 의문eh 제기된 것이다. 일련의 사태로 팬들의 실망감은 커졌다.

▲(뉴시스) 8월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 도미니카공화국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10-6으로 패하며 4위를 차지하며 선수들을 격려하는 뒤로 오승환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선수들의 일탈은 올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도 영향을 끼쳤다. 방역수칙 위반사건에 연루된 내야수 박민우와 투수 한현희가 국가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며 팀 전력을 크게 떨어트렸다.

방역수칙 위반과 별개로 도쿄올림픽 대회 과정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선수 선발에 대한 잡음과 경기운영, 일부 선수들의 태도 등이 논란이 된 것이다. 결국 총 6팀이 참여해 메달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이 높았음에도 무관에 그치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뉴시스) 지난 9월 30일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계속되면서 잔망 루피가 응원단석에 앉아 있다.

코로나에 악재까지 덮쳐... KBO 작년 적자 1700억 원

프로야구 선수단에 실망도 실망이지만 구단들도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심화하는 적자 운영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KBO는 2016년 처음으로 800만 관중을 동원한 뒤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넘어섰지만 2019년에는 720만 명대로 뚝 떨어지며 야구에 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음을 체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무관중 혹은 관중 제한 입장 경기를 치르면서 구단 수입에 타격을 입었다. 2020년 프로야구 전체 적자액은 1727억 원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지난해(약 32만 명)보다 많은 122만8152명의 관중이 동원됐지만, 여전히 수익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단들이 FA 시장에 막대한 돈을 쏟는 것에 팬들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엔씨 다이노스 페이스북 캡처) 올해 FA로 롯데 자이언츠에서 엔씨 다이노스로 이적한 외야수 손아섭

얇아진 선수층·샐러리캡 대비가 원인... 투수 수준에 대한 쓴소리도

구단들은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유로 얇은 선수층으로 인한 전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항변한다. 특히 올해는 거물급 외야수들이 많아 경쟁이 더욱 치열했다. 유망주들의 성장이 더디고, 수비 포지션으로 외야수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이어져 기존 선수들의 몸값이 더욱 올라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리그 투수들의 전반적인 부진이 FA 거품을 유발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야구계 원로인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은 “투수들 덕분에 타자들의 성적이 부풀려 보이는 게 아닌가. 좋은 투수들이 있으면 타자들이 못 치는데”라며 “전체적으로는 거품이 끼는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FA 계약 대상자들은 양현종과 백정현을 제외하고는 모두 타자들이었다.

2023년부터 시행되는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KBO는 2021년과 2022년 각 구단 연봉 상위 40명의 금액을 합산한 연평균 금액의 120%로 연봉 총액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 때문에 구단들이 연봉 총액을 부풀려 샐러리캡 시행 이후 사치세를 내지 않으려는 전략을 펼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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