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이 전국의 노포나 맛집 찾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맛집을 입점시키거나 맛집과 손잡고 대세로 떠오른 HMR(가정간편식)을 RMR(레스토랑간편식)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이후 집밥 수요가 늘어난 데다 맛집은 오프라인에서 집객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5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6년 대비 2배 가까이(89%) 커진 4조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간편식 시장 규모가 5조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유통업체들도 맛집 유치전에 일찌감치 돌입했다. 직접 유명 셰프를 초청하기도 하고 특허를 내기도 한다. 담당 MD들은 전국 맛집과 노포를 돌며 상품 개발과 지원을 설득하면서 전문 셰프를 두고 레시피 개발과 식품공학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선두주자로는 이마트가 꼽힌다. 이마는 '피코크'라는 자체 상표(PB)를 통해 미슐랭 선정 맛집들과 손잡고 밀키트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슐랭 맛집 서래마을 ‘도우룸’과 콜라보레이션을 출시한 ‘피코크X도우룸 까르보나라 밀키트’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서래마을 ‘도우룸’은 100% 매장에서 제면한 생면만 사용하는 파스타 전문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올해 ‘미슐랭 더 플레이트’에 선정됐다.
이마트 김범환 피코크 밀키트 개발 바이어는 양식 메뉴로 제대로 된 밀키트 상품이 없는 점에 주목해 집에서 즐기는 이탈리안 요리 개발에 착수했다. 김 바이어는 3개월 동안 인터넷과 SNS에 올라온 이탈리안 맛집 30곳을 직접 찾아 다녔고 '맛의 진입장벽'이 높은 맛집 특성에 따라 상품 개발 과정에서 맛을 구현하는 데만 6개월 가량 소요됐다. 메인 셰프의 품질 가이드에 따라 레시피를 개발하고 그 레시피에 따른 대량생산을 위해 직접 공장을 찾고 셰프가 수시로 이마트의 비밀연구소를 방문해 시식을 하는 등 맛을 맞춰나갔다.
또한 이마트24는 '딜리셔스 아이디어' 슬로건에 맞춰 설 명절 선물로 '한우 오마카세 맛집인 '수린’의 한우 오마카세 선물세트 2종과 청담동 유명 맛집인 '새벽집'의 1+한우선물 세트 2종도 준비했다.
이커머스 중 레스토랑 간편식을 가장 많이 취급하고 있는 마켓컬리는 2017년부터 2021년 8월까지 RMR 상품 매출이 연평균 215%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부산의 대표 한정식 식당인 ‘사미헌’의 갈비탕은 냉동실 '쟁여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전주 한옥마을의 베테랑 칼국수, 대구 반야월 초등학교 앞 골목길에서 떡볶이와 만두를 팔아온 ‘반할만떡’의 떡볶이 등도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연복 셰프의 목란 짬뽕과 멘보샤, 짜장면은 입점 1년만에 매출 100억 원에 달한다.
RMR 출시 열풍은 호텔에서도 거세다. 롯데호텔은 최근 자체 밀키트 브랜드 '롯데호텔 1979'를 론칭하고 첫 상품으로 ‘허브 양갈비’를 출시했고,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호경전의 유니짜장·삼선짬뽕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63빌딩 뷔페 '파빌리온' 메뉴들을 밀키트로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지난 해 11월 서울 명동의 고깃집 '육통령'과 손잡고 '심플리쿡 육통령목살 도시락'을 선보였다.
최근 리뉴얼 작업이 활발한 오프라인 매장들의 맛집 입점 경쟁도 치열하다. 롯데백화점 중동점은 미식과 휴식이 있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리뉴얼하면서 서촌 유명 브런치 맛집 '애즈라이크'를 들여 왔다. 롯데백화점 본점 식당가에는 나주 밀양박씨 종갓집 가풍과 손맛을 살린 한식 브랜드 '남파고택' 2호점이 입점했고 조선호텔앤리조트는 홍콩을 대표하는 모던 차이니즈 레스토랑 '모트 32’(MOTT 32)'를 한국에 들여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센트럴시티 내 '모트32 서울'을 오픈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맛집과 노포의 특징은 재방문이나 재구매율이 높다는 점”이라며 “오프라인에서는 집객 효과가 높고 온라인에서는 재구매율이 높아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유통업체들의 러브콜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