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추세 하락세였던 반면 현재는 상승세
당시와 현재 통화정책도 전혀 달라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JS)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물가가 7%를 돌파한 것은 1982년 1월(8.4%)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두 시기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고 WSJ는 지적했다. 공통점은 오직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선 당시는 인플레이션 추세가 하락하는 와중에 7%를 돌파한 반면 이번에는 상승 모멘텀에서 나왔다는 점이 다르다. 1980년 인플레이션은 14.8%였다. 이란 혁명으로 유가가 치솟은 여파였다. 근원 CPI도 13.6%에 달했다.
1979년 연준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는 인플레 파이터로 나섰다. 긴축 통화정책을 펼쳤고 신용 통제까지 겹치면서 1980년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1981년 연준이 기준금리를 19%까지 올리면서 침체는 더 깊어졌다. 다만 그 영향으로 1982년 여름까지 물가와 기준금리는 빠르게 하락해 향후 40년에 걸쳐 물가가 한 자릿 수를 유지하는 출발점이 됐다.
연준 인사는 당시에 대해 “물가를 낮추는 데 극적인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볼커의 금리 인상책은 후유증도 남겼다. 중남미의 부채 위기를 촉발하면서 멕시코를 디폴트로 몰아넣었다. 실업률은 2차 대전 당시 최고치인 10.8%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팬데믹 초기 실업률은 40년 전 기록을 넘어섰으나 빠르게 감소했다. 백신 접종 확대와 유동성 투입 효과로 경제활동이 재개된 영향이었다.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3.9%로, 코로나 이전 50년래 최저치였던 3.5%에 근접했다.
1982년과 2022년 간 통화정책도 극명하게 대조된다. 1982년 당시 연준은 통화 공급을 여전히 목표로 했다. 이에 기준금리가 예측 불가하게 널뛰었다. 현재는 통화 공급 부문을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이로써 통화 공급량이 엄청나게 확대됐다. 연준이 장기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채권을 대폭 사들이면서 연방기금 금리는 거의 제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WSJ는 1980년대 이전 미국 물가가 7%를 터치했던 시기를 살펴보는 게 더 유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하나는 1946년이다. 2차 대전 후 억눌린 소비가 폭발하면서 1947년 물가는 20% 치솟았다. 현재 물가가 급등한 배경으로 꼽히는 수요 급증과 공급망 붕괴와 환경이 유사했다.
또 다른 시기는 1973년이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물가가 7%를 넘어섰다. 당시 아랍 국가들은 ‘욤 키푸르’ 전쟁이라 불리는 아랍과 이스라엘 간 4차 중동전쟁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석유 금수 조치를 취했다.
그때는 1966년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 추세가 이어진 것으로 현재처럼 장기간 안정적이던 저물가와 낮은 실업률이 치솟는 양상을 보였다.
당시 윌리엄 마틴 연준 의장은 뒤늦게 강력한 수요와 기대치에 고삐가 풀렸다는 점을 인정했다.
40년 만에 7%를 뚫은 물가를 두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고민은 깊어진다. 1946년과 1966년 사례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는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11일 의회에 출석해 강력한 수요와 공급망 혼란을 인플레이션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또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치솟을 위험도 우려했다.
과거를 참고하면서도 현재 상황을 고려한 묘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