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수 억 원 넘는 람보르기니, 85%는 법인이 구매…"실효성 있는 대책 나와야"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람보르기니 10대 중 9대는 법인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고소득자가 고가 수입차를 업무용 승용차로 구매해 절세 혜택을 얻는 행태가 지속한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이투데이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국내에서 판매된 람보르기니 353대 가운데 법인이 300대(85%)를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 명의 구매자는 53명에 그쳤다. 람보르기니는 대당 가격이 수 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 슈퍼카 브랜드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SUV 우루스는 2억5000만 원에 달하고 우라칸(4억3000만 원)과 아벤타도르(6억 9000만 원)는 이보다 비싸다.
람보르기니 이외에도 차량 가격이 1억 원을 훌쩍 넘는 고급 브랜드의 법인 구매 비율은 모두 80%를 넘어섰다. 롤스로이스는 90%에 육박했고, 마세라티와 벤틀리는 각각 83%, 80%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서 팔린 전체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율이 37%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 밖에도 △포르쉐 62% △메르세데스-벤츠 49% △아우디 46% 등의 법인 구매 비율이 평균을 웃돌았다.
유독 고급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율이 높은 배경에는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를 법인이 업무용으로 등록하면 차량 구매비와 각종 세금, 보험료, 유류비 등이 회사 경비로 처리돼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일부 고소득자가 제도를 악용해 탈세를 벌이는 꼼수가 반복됐다.
실제로 국세청은 회사 자산을 슈퍼카 구매에 사용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자산가 24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조사대상자 24명 중 9명이 법인 명의의 스포츠카를 갖고 있었다. 이들이 보유한 스포츠카는 총 41대로, 금액 합계가 102억 원에 달했다.
문제의식을 느낀 정치권도 ‘무늬만 법인차’를 없앨 방법을 내놓고 있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는 유튜브 ‘59초 쇼츠 공약’을 통해 법인차 번호판을 연두색으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법인 차량을 명확히 구분해 탈세 사례를 적발하기 쉽게 만들겠다는 논리다.
영상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억대 수입차 10대 가운데 6대가 법인차량으로 등록돼 있다. 대부분 재벌 3세나 기업 대주주 등이 개인 용도로 사용하며, 탈세를 위해 법인이 구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차 번호판 색상을 다르게 하면 용도변경, 탈세 같은 관행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제출됐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1억 원 넘는 업무용 승용차를 법인세 혜택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법인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업무용으로 보기 어려운 고가 차량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며 법인세를 탈루하는 사례로 악용되고 있다”라며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해당 법은 통상 마찰을 일으킬 우려가 제기된 상태다. 한-미 FTA 협정문에 차량 배기량을 기준으로 새로운 조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서다. 정명호 국회 기획재정위 전문위원은 해당 법안에 대해 “사실상 영향을 받는 건 수입차가 대다수일 것”이라며 “상대국이 실제적인 차별로 인식할 수 있어 통상마찰이 유발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법망에 구멍이 많아 법인차를 탈세에 악용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법에 규정된 법인차 운행일지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찮고,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서류를 꾸밀 수 있어 법인차의 사적 운용을 막지 못하고 있다"라며 "단속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일부 고소득자의 법인세 탈루를 막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