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대당 화재 건수, 내연차가 전기차보다 25배 많아”
새해 초부터 전기차 화재가 이어지면서 배터리 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기차의 화재 빈도가 실질적으로 내연차보다 낮다는 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이 전기차에 쏠린 만큼 불안을 낮추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미국의 보험 서비스 제공업체인 ‘Auto insurance EZ’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와 교통통계국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10만 대당 화재 건수는 25.1대꼴이다.
1529.9대로 집계된 내연차와 비교하면 약 25분의 1 수준이다. 가장 많은 것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3475.5대였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도 독일에서 하루 발생하는 평균 40대의 차량 화재의 대부분은 내연기관차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방청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할 확률은 0.0027%로 내연기관차 0.01%보다 낮다.
이런 조사 결과들에도 전기차 화재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크다. 올해도 연초부터 전기차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배터리 업체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월 11일 저녁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에서 불이 나 차량이 전소했다. 14일 새벽에도 경북 경주시 남산동에서 충전 중이던 한국GM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 EV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만약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재와 관련한 전기차 리콜 사태가 벌어진다면 배터리 업체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월 현대자동차의 코나EV 리콜 조치로 약 7000억 원의 비용을 분담했다. 이어 GM의 볼트 EV도 리콜에 들어가면서 7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부담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기차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큰 만큼 화재 한 건, 한 건이 주목받는 상황”이라며 “내연차보다 화재의 규모나 지속성 등 위험성이 큰 점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력한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다. 액체 형태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화재 위험을 낮출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조지아 공대 이승우 교수진과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 솔리드파워와는 기존 배터리 생산 설비에서 제조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조만간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을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차세대 배터리 양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배터리 안전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배터리 제조사들은 균일한 고품질의 제품을 양산하고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다른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최근 배터리 관련 업체들이 실시간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배터리의 수명 예측과 과열 등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배터리 생애주기 관리 프로그램(BaaS)’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성과로 이어지면 시장의 불안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