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많아
2024년에야 예년 수준 회복
델타·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가 주원인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ILO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실업자 수는 지난해 2억1400만 명에서 2억700만 명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2억300만 명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팬데믹이 시작하기 직전이었던 2019년 때보다 여전히 큰 규모다. 당시 전 세계 실업자 수는 1억8600만 명으로 2억 명을 밑돌았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팬데믹 위기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노동시장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취약하고 회복 속도는 더디고 불확실하다”면서 “글로벌 노동시장이 현재의 회복속도를 유지한다면 2024년에야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ILO는 또 팬데믹 직전과 비교해 올해 정규직 5200만 개에 해당하는 노동시간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전망치(2600만 개 감소)보다 악화한 것이다. ILO 기준 정규직은 주 48시간 근무하는 일자리를 뜻한다.
ILO는 글로벌 노동시장의 회복 속도가 더딘 주요 원인으로 델타와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대를 꼽았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힘입어 일부 선진국이 이동제한을 완화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그사이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여행 제한에 나서는 국가들이 다시 늘어났다. 이 여파에 각국 관광산업 고용이 직격탄을 맞았다.
ILO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노동시장 회복세 격차에 주목했다. ILO는 전 세계 노동인구에서 선진국 비중은 5분의 1 정도에 그치지만, 팬데믹 기간인 2020~2022년 사이 전 세계 실업자 감소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023년에는 모든 선진국의 실업자 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도국은 1억7400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에 기록했던 최고치(1억5700만 명) 기록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3.9%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구직자 대부분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완전 고용’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도 지난해 11월 실업률이 7.2%를 기록, 팬데믹 이전보다 더 개선된 상태다.
ILO는 전 세계 노동시장 회복의 양극화 배경에는 백신 접근권과 정부 차원의 경기 부양책 격차를 지목했다. 라이더 총장은 “선진국은 개도국에 비해 백신 접근 기회나 경제를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재정적 지원 여력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또 ILO는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이 개도국 국민의 부담을 키우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들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도 이들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