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광복회 등 7개 독립운동 단체 입장문 내고 "밀실 진행" 비판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 20일부터 내달 19일까지 진행 중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하 임정기념관)이 올 4월 개관될 예정인 가운데 초대 기념관장 선임을 두고 ‘밀실 임명’ 논란이 불거졌다. 공개 모집이 아닌 외부 전문가 선임 방식(민간스카우트제도)을 채택한데다, 유력 정치인이 밀고 있는 특정인을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3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한 결과, 현재 임정기념관장은 개방형 직위 중 ‘민간스카우트제도’로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민간스카우트제도’란 각 부처가 필요한 민간 전문가에 대해 공모 절차와 면접을 생략하고 중앙선발시험위원회 서류전형만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는 공개 모집을 한 독립기관장 임명 절차와도 대조적이다. 이에 보훈처는 독립기관장과 임정기념관장은 신분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적용법률도 달라 임용 절차와 방법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독립기관장은 공공기관 운영법을 따르는 공공기관장이지만, 임정기념관장은 국가공무원법을 준수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즉, 독립기관장은 임원추천위를 구성한 뒤 공모를 진행하는 게 원칙이지만, 임정기념관장은 인사혁신처와 개방형직위 지정 협의만 거치면 공개모집 또는 민간스카우트 제도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개방형 직위로 지정받더라도 공개 모집을 채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임명절차가 지원자를 공개채용 방식이 아닌 직접 지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일각에선 ‘밀실 임명’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20일 광복회를 비롯해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는 입장문을 내고 ‘임정기념관 초대 관장 선임절차가 밀실에서 진행돼 국민적 우려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역사적인 임정기념관 초대관장은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응원 속에서 선임돼야 마땅함에도 보훈처가 임의로 선임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최재호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이사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역사박물관과 독립기념관 관장도 공모 절차로 선임되는데, 현대사의 한 획을 그을 임정기념관 초대관장을 임의로 선임해서는 안 된다”면서 “특히 전 유력정치인에 의해 추천된 인사가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훈처는 ‘민간스카우트제도’를 활용한 이유에 대해 ‘시간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 임정기념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 환국일인 지난해 11월 23일에 맞춰 개관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초대 임정기념관장은 그 상징성 등을 고려해 능력 있고 전문성 있는 우수한 민간인을 공무원으로 임용하기 위해 개방형 직위로 지정했다”며 “3개월 이상 소요되는 공개모집으로는 개관 예정일(작년 11월 23일)까지 관장 임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또, 적극적인 인재 발굴, 임용을 위해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종찬 임정기념관 건립위원장이 추천한 특정 인사가 심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중이다. 사실 여부를 묻는 질의에 보훈처는 “인사 관련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청원은 이달 20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임정기념관은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공원 인근에 지어지고 있다. 2015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3·1운동 100주년인 2019년 임정기념관 완공을 거듭 제안했지만, 당시 정부 의지 부족 등과 기념관 설계공모 인선 관련 잡음 등으로 늦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