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미 연준, 첫 ‘CBDC’ 백서..."시중은행·금융사 역할 시사"

입력 2022-01-21 14:51수정 2022-01-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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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40페이지 분량 보고서 발간
CBDC 발행시 민간은행·금융사 역할 고민 담겼다는 평가
연준 내부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의회 위임 없이는 발행 안 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1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 참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시간) 시장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디지털화폐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준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않았지만 CBDC 발행과 유통에 있어 민간은행과 금융회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CNBC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에 관한 이해관계자 공개 토론의 첫 단계'라는 제목의 40페이지 분량의 백서를 발표했다. 해당 백서는 당초 지난해 여름에 발표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발표 시점이 연기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공개된 백서에는 디지털 달러(CBDC) 도입에 따른 혜택과 위험, 해결 과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디지털 달러는 발행 주체가 국가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미 미국 내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전자결제나 가상자산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일단 중앙은행이 파산할 걱정이 없어서 공신력을 담보하고 있고, 법정화폐로 취급된다는 점에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 가상자산과 다르다.

특히 가상자산은 최근 '결제'용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결제가 주목적인 CBDC와는 차이가 있다. 달러가치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 역시 결제 자체 목적보다는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사용이 급증했다.

주목할만 대목은 ‘민간 은행 역할론’이었다. 백서는 현재의 디지털 화폐는 시중은행 부채이지만 CBDC는 연준의 부채가 될 것이란 점을 언급하면서 “CBDC가 미국 금융시스템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민간과 중앙은행의 역할과 책임 또한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연준이 직접 CBDC 고객 계정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 시중은행이나 금융회사들이 관리토록 하는 방안으로 기울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연준은 “국가의 ‘필요에 가장 잘 부합하는’ 디지털 화폐는 은행이나 결제서비스 업체가 계정이나 디지털 지갑을 만드는 ‘중개 모델’을 따를 수 있다고 적었다.

연준 그러면서 CBDC가 발행될 경우 상업은행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인들의 상당수가 페이팔이나 벤모와 같은 기존 전자결제서비스의 디지털 지갑에서 CBDC를 보유하고 거래하는 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 예금에서 자금이 이동하고, 디지털 달러에서 기존 은행들의 존재감은 축소된다. 결과적으로 민간 은행의 금융 중개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이에 연준은 CBDC가 현금이나 민간의 디지털 통화 등 기존의 결제 수단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 돼야 하며, 주요 이해관계자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보고서에서 CBDC에 대한 어떠한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 연준은 이번 보고서의 목적에 대해 "CBDC의 잠재적인 이점과 리스크에 대해 폭넓고 투명성이 높은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연준에 의한 CBDC 발행 타당성의 결정이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특정 정책 결과를 진전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CBDC의 수요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2017년 3월 1일 하버드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로이터연합뉴스

CBDC에 대해 연준 내부의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CBDC에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으나 연준 이사인 크리스토퍼 윌러는 회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롬 파월 의장은 CBDC에 대해 '이도 저도 아닌'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CNBC는 평가했다.

연준이 CBDC 발행을 결정한다 해도 실제로 도입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백서는 CBDC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묻는 문항 22개를 담았다. 연준은 이날 백서 발행을 기점으로 향후 120일간 이에 대한 대중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와 관련해 연준은 의회의 명백한 위임이나, 법안 형태의 지지가 없다면 CBDC 발행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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