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건설사고에 ‘후분양제’ 도입 여론 급물살

입력 2022-01-23 15:00수정 2022-01-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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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건설사고 대안으로
"마감공사 하자는 확인 어려워
하도급 구조 먼저 바로잡아야"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등 신축 아파트의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수요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후분양제 도입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붕괴사고 발생 엿새째인 16일 사고 발생 아파트에 슬래브와 잔해들이 매달려 있다. (연합뉴스)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등 잡음이 끊이지 않자 수요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후분양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선분양제보다 공사 기간에 대한 부담이 줄어 부실시공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후분양제만으로는 시공 품질을 담보하기 힘들다며 제도 보완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17일 기자설명회에서 “후분양을 하게 되면 광주 아이파크 같은 부실로 인한 문제가 생기지 않고, 공기에 촉박해서 동절기에 무리한 공사를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SH공사 사장 부임 이전부터 분양원가 공개와 함께 후분양제 제도 도입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후분양은 공정이 60% 이상 진행되면 분양하는 방식이다. 주택을 짓기 전 수분양자를 모집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건물 골조공사 등 공정을 진행한 이후 어느 정도 지어진 건물을 확인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부실시공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후분양제가 선분양제보다 안전성 확보에 용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건설현장은 공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한둘이 아닌 탓에 적정 공기 산정에 어려움이 많지만, 후분양을 하게 되면 이를 대처하고 넘어갈 수 있을 만한 여력이 생긴다”며 “후분양제 적용 시 분양 전에 건물이 무너지면 건설사가 모든 손실을 떠안게 되니 사고 예방이나 부실시공 근절에 더욱 철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이번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도 후분양으로 진행했으면 붕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201동 39층 골조공사가 예정 공정보다 두 달가량 늦어 무리하게 콘크리트 타설공사를 강행한 것이 화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했다.

신축 아파트의 품질 하자 논란이 확산되면서 후분양제를 요구하는 수요자도 늘어나고 있다. 대형건설사가 시공했다고 알려진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는 천장에서 쓰레기가 쏟아졌으며, 고양의 한 단독주택 단지에서도 바닥 균열·습기로 인한 곰팡이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하자 관련 사건이 7686건에 달한다. 접수 건수는 2018년 4562건, 2019년 4296건, 2020년 4247건 등 연간 4000건대를 기록했는데 지난해는 예년보다 1.8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분양제가 시공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후분양 시 하자 여부를 미리 확인한 뒤 입주할 수 있다고 하지만 구조적인 하자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 주택업체의 경우 자금조달이 어려워 분양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잃게 될 우려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파트의 하자 대부분이 마감 공사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를 80% 공정 수준에서 발생하기는 어렵고 중대 결함도 소비자가 현장을 보고 쉽게 알만한 사안이 아니다”며 “지자체의 현장 감리를 강화하고 하도급 구조의 고질적 병폐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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