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청년들만 환영하고 중진ㆍ최고위원 불편한 기색…이미 불출마 선언한 우상호만 지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이재명 대선후보의 지지율 정체 타개책으로 본인의 총선 불출마와 재보궐 선거 무공천, 동일지역 국회의원 4연임 금지 제도화 등 강수를 뒀지만 당내 반응은 시큰둥하다.
송 대표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제시한 기득권 해체 핵심은 궐위 귀책사유를 가진 종로·안성·청주 상당구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과 본인의 불출마 선언을 통한 586용퇴론 점화, 의원 동일지역 3선 금지다.
이는 사전에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치지 않은 독자 결정으로 알려졌다. 해당 제안을 기자회견으로 밝힌 후에 비공개 최고위 회의를 열어 사후 승인을 받았다. 이견이 나왔으나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배수진을 친 것이라 갈등으로 비화하진 않았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가 양해를 바랐다. 최고위원들의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큰 이야기는 없이 끝났다. 이견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고 수석대변인은 “송 대표가 방망이를 두드린 건 아니다. 지도부의 결정 사항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즉, 공식 의결이 된 건 아니라는 의미로 송 대표의 제안을 온전히 지지하지는 않은 분위기다.
원인은 종로 보궐 무공천이다. 안성과 청주 상당구는 자당 소속 이규민·정정순 전 의원의 실형으로 잃은 곳이지만, 종로는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에서 스스로 내려놓은 곳이라 성격이 다르다. 이낙연계인 김영배·전혜숙 최고위원 등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송 대표 불출마 선언은 그렇지 않아도 강훈식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의 공개요구와 이 후보 측근 그룹 7인회의 임명직 제외 선언 등으로 압력이 커지고 있는 586용퇴론에 불을 붙인 형국이다. 거기다 4선 금지 제도화까지 약속해 사실상 ‘척결 대상’이 된 중진들은 볼멘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송 대표 제안에 대해 586 중진들은 입을 다물었다. 586용퇴론을 외치며 차례를 기다리는 당내 청년들은 환영했다.
특히 당 정당혁신추진위원장을 맡은 초선 장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송 대표의 정치교체, 기득권 타파를 위한 결단을 환영한다”며 3선 금지와 청년 30% 공천 등 제도화를 거듭 촉구했다. 오는 26일에는 혁신 공천을 골자로 한 4차 혁신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7인회에 속한 초선 김남국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송 대표의 용기 있는 결단을 환영한다”며 “민주당의 쇄신과 혁신을 견인하는 신호탄이 되길 희망한다. 비워주신 자리를 올바르고 유능한 ‘민생 정치’가 채워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중진들의 협조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중진 의원은 “4선 금지 등은 일부러 반응을 하지 않아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 매 선거마다 물갈이가 되는 국회 상황에서 유의미하지 않다”며 “후보를 내고 선거에서 심판과 평가를 받는 게 정당이라는 점에서 무공천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586 대표주자인 우상호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송 대표 제안을 지지하긴 했지만, 우 의원은 지난해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