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몰의 딸기 가격입니다. 만년설, 킹스베리 같은 명품종도 아닌, 흔하디흔한 설향(시장점유율 80%)인데, 가격이 500g에 1만5800원이나 합니다. 한 팩에 22~25알 정도 들었으니 한 알에 630~710원꼴이네요.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커피숍을 가봤더니 딸기가 그득합니다. 빵집 진열장에 놓인 케이크 위에도 딸기가 아낌없이 올려져 있네요. 편의점 신상 라인업도 모두 딸기입니다.
이렇게나 비싼 딸기를 막 퍼주는 유통 업체들. 어찌 된 일일까요?
‘딸기 마케팅 붐’ 을 알아보려면 딸기가 왜 금값이 됐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월 딸기 출하량은 1년 전보다 10% 줄었는데요. 기후 변화 때문입니다. 이상고온과 늦장마로 모종에 병이 들었고, 한파까지 덮치면서 딸기 발육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연구원 조사팀은 “생육기 고온으로 작황이 부진해 단수(재배면적당 수량)가 지난해 2월보다 약 8% 감소했다”며 “주요 해충과 흰 가루·탄저병 발생률은 지난해보다 낮았지만 위황병과 시듦병 발생률은 높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농가 고령화와 인력 부족 등으로 딸기 재배면적이 감소했다”며 “이에 따라 출하 면적도 작년보다 2%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곧장 가격을 흔들어놨습니다. 지난달 딸기 가격은 2㎏에 3만9800원을 기록했습니다. 명절 특수까지 겹치면서 한때 4만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죠.
이달 들어 다소 안정세를 찾긴 했지만, 여전히 2만5000원(2㎏)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연구원 조사팀은 “이달 중순 이후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편의점, 카페, 베이커리 등 식품업체들에게 딸기는 ‘완판 보증수표’입니다.
이디야 커피는 지난해 말 딸기 음료 4종을 선보였는데요.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이 70만 잔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시즌보다 한 달이나 빨랐다고 하네요.
디저트 성지로 떠오른 편의점도 예외는 아닙니다. 편의점 4개사의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 딸기 디저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 신장했습니다.
금 딸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특급호텔 딸기 뷔페 입장권은 웃돈까지 얹어 중고거래되고 있습니다. 5만~6만 원짜리 티켓이 10만 원에 올라오고 있죠.
그 덕에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가 진행 중인 ‘스트로베리 애비뉴’는 지난달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고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한정 좌석으로 선보이는 ‘스트로베리 고메 부티크’도 현재까지 모두 만석입니다.
식품업체들이 금딸기를 두고 넉넉한 인심을 베풀 수 있는 이유는 사전 매입 덕분입니다.
업체들은 안정적인 딸기 수급을 위해 산지와 사전 공급 계약을 맺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밭떼기’ 입니다. 업체들은 농지가 모종을 심은 직후인 10월~11월 계약을 맺습니다.
유명 베이커리 관계자는 “케이크, 쿠키, 음료 등 딸기 관련 제품이 많기 때문에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미리 농지와 계약을 맺는다”라며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딸기는 값이 오르기 전 가격이기 때문에 넉넉하게 딸기를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업체들의 사전 매입이 딸기 가격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대형 식품업체들이 딸기를 선점하면서 시중에 갈 딸기가 부족해졌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반대로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떨어졌을 때 업체들은 비싼 값으로 딸기를 산다”라며 “한쪽 면만 보고 낙인찍는 건 억울하다”고 반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