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로 이름을 알린 변호사가 있다. 글짓기에 푹 빠져 사법시험에 집중하지 못하고 늦은 나이로 로스쿨에 입학했지만 그래도 꿈은 아동문학가다.
김영민 법무법인 천우 변호사는 17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오히려 늦은 나이가 경쟁력이 될 수 있으니 용기를 갖고 로스쿨에 도전하라”고 말했다.
2007년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한 뒤 이듬해 2차를 준비 중이던 김 변호사를 흔들어 놓은 것은 신춘문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8년 동안 매년 응모했던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봄 길’이라는 동시로 당선되며 글쓰기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신춘문예 당선에 운을 다 써버렸던 것일까. 신춘문예 당선이란 쾌거를 이뤘지만 그해 사법시험 2차, 다음해 1차에서 연거푸 낙방이란 쓴 맛을 봤다. 군 복무 후 2013년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으나 2014년 2차에서 또다시 떨어졌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다 33세란 나이로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생활비를 마련하던 도중 김 변호사의 어려운 형편을 지켜본 친구가 로스쿨 입학을 제안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경제적 취약계층(차상위계층)으로 분류돼 로스쿨 입학시험인 리트(LEET, 법학적성시험) 응시료 전액을 면제받고, 3년 동안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김 변호사는 “로스쿨에 이러한 제도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군 전역 후 바로 입학을 시도했을 것”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 변호사는 리트에 응시한 뒤 의외로 높은 점수를 받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전한다. 김 변호사는 “당시 리트 학원에 다니며 로스쿨 입학에 전력을 다하던 친구보다 저의 점수가 더 높게 나왔다”며 “제 자신이 오랫동안 공부해 지식을 쌓아 치르는 사법시험보다 리트처럼 주어진 자료를 짧은 시간 동안 해석해서 적용하는 유형의 시험에 더 강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34세의 노장 수험생이었던 김 변호사는 중앙대학교 로스쿨 8기로 입학할 수 있었다.
입학생 53명 중 가장 연장자였고 입학 동기와 최대 11살 나이차가 나기도 했지만 로스쿨 생활은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학생 자치 논문집 편집부 활동과 기독교 동아리, 가인법정변론대회에 참여했고, 헌법재판소‧사법연수원‧경찰‧검찰에서 실무실습을 했다”며 “교내 학점 이수도 3년 동안 120학점이나 채울 수 있었는데 아마 전국 로스쿨 8기생 가운데 제가 가장 많은 학점을 이수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법무법인 에이펙스에서 수습변호사를 마친 뒤 ‘법조윤리협의회’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로스쿨에서는 나이가 많은 학생이었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며 “오히려 의뢰인들은 나이가 있는 변호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장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늦은 나이에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김 변호사는 “학부 때 학점이 요즘 학생들처럼 높지 않기 때문에 과연 입학이 가능할지, 졸업 이후 취업이 잘 될지 걱정한다”며 “학점은 바꿀 수 없으니 과감히 제쳐 두고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리트와 영어 점수, 자기소개서의 질을 올리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변호사가 되기 전 신춘문예로 이름을 알린 김 변호사는 아동문학가를 ‘부캐(부캐릭터)’로 삼고 싶다고 말한다. 김 변호사는 “도진기 변호사와 문유석 전 판사와 같이 법률가이면서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며 “변호사이자 아동문학가로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동화나 에세이를 내고 어린이들을 위한 법률교육까지 자연스럽게 시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