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주가량 남은 시점에서 판세가 또 한 번 뒤집혔다. 대선 레이스 초반에만 하더라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단연 선두를 차지했으나,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는 모습이다.
이 후보가 앞서 갈때만 하더라도 대선판은 이 후보에 맞서는 반(反)이재명의 구도를 형성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배우자 리스크’로 흔들리는 동안, 반 이재명 세력의 강력한 지지로 윤 후보가 확고한 자리잡기에 나섰다.
이처럼 윤 후보가 여론조사 등에서 앞서나가는 상황이 되자 후보들 간의 역학관계가 또 다시 변했다. 지난 21일에 있었던 대선 토론 이후 바뀐 역학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경제 정책 토론 이후 드러난 역학관계의 핵심은 ‘윤석열 vs 반(反)윤석열’이었다. 안 후보가 지난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 제안을 철회하며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사라지자 이 후보는 안 후보를 끌어안고 윤 후보에 맞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실제로 이날 토론을 마친 뒤 안 후보는 “플랫폼 사업과 데이터 산업에 대한 이해나 구분을 하지 못하는 윤 후보의 발언이 가장 실망스러웠다”며 윤 후보를 혹평했다. 단일화를 제안했던 며칠 전과 달라진 태도다.
안 후보가 윤 후보 때리기에 나서자 이 후보는 안 후보 감싸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토론 다음 날인 2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윤 후보에 대해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고 평했다. 반면 안 후보에 대해서는 “한 때 제가 대표로 모시던 분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존경하는 분이다”라며 “그분이 가진 새 정치라는 꿈이 있지 않느냐. 정치 개편·정권 교체를 넘어선 정치 교체·시대 교체는 평소 제가 드리던 말씀과 일치하는 면들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단일화 제안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모든 역량 있는 분이 함께 하고, 진영을 가리지 말자는 측면에서 국민 내각을 말씀드리고 있고, 통합정부로 가야 한다고 믿는다”라고만 답했다.
이 후보가 안 후보와 함께 반 윤석열 구도 형성에 힘쓰고 있지만, 범진보 진영으로 함께 묶인 심상정 후보는 이 후보는 물론 윤 후보에게도 공세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와 심 후보는 대부분의 현안을 두고 계속 부딪히며 공동전선 구축에 실패했다.
토론회에서 심 후보는 이 후보의 지역화폐와 증세 문제에 대해 거칠게 지적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설 지역화폐 발행에 대해 “소상공인 지원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그것(직접 지원)은 0원”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의 성장 공약에 대해서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같다”며 몰아세웠으며, “감세는 열심히 선전하는데, 세금 내라는 것도 당당히 말하라”며 증세론을 회피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저는 좌파 정책, 우파 정책 가리지 않고 국민에게 현실적으로 유용한 정책만 한다”고 반박했다. 또 토론 다음 날 KBS 라디오에서는 “심 후보께서 증세가 정의라는 좌파적 관념을 갖고 있다”며 “민주당에는 지나치게 심하고 국민의힘에는 지나치게 관대하다”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심 후보의 공세적인 태도가 군소후보로 묶이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지지율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반적으로 지지율이 부진한 가운데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작전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범진보 진영으로 여겨지는 심 후보가 독자적인 행동에 나서면 ‘반 윤석열 연대’의 응집력에는 악영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