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윳값, 유류세 인하 전 고점에 육박…공업제품→서비스 연쇄 물가 상승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물가에 반영된다.
◇석유류 급등에 연쇄 물가 상승
2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755.45원으로 전날보다 0.71원 올랐다. 유류세 인하 전 고점인 지난해 11월 11일(1810.15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12일부터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 대해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유류세 인하의 약발도 다해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휘발유 등 석유류뿐 아니라 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석유류 가격 상승이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가공식품 등 석유류 외 공업제품 가격을 올리는 구조다. 가공식품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이 원재료인 외식 등 서비스 물가도 오른다. 원유 조달을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막을 길이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16.4% 오르면서 홀로 총지수를 0.66%포인트(P) 끌어올렸다. 총지수(1000.0)에서 석유류 가중치는 39.4다. 10% 오를 때 총지수 상승률은 0.39%P 높아진다. 이날 기준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날보다 18.7% 올랐다. 석유류 오름세에 따른 물류·운전비용 증가에 수요 회복, 판촉행사 종료 등이 겹치면서 가공식품 물가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론 4.2% 올랐다. 가공식품은 농·축·수산물보다 외식 물가가 상관관계가 크다. 지난달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5.5% 급등했다. 이런 추이를 고려할 때,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월 3.6%)은 상반기 중 4%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유류세 인하’ 연장 만지작
정부는 우선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다. 유가 상승세를 고려할 때, 유류세 인하가 예정대로 4월 말 종료되면 단기적으로 휘발윳값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설 수도 있어서다. 유류세 인하는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 등이 필요해 조치 연장을 위해선 다음 달 중순에는 결론을 내야 한다. 현재는 인하 조치를 3개월 연장하는 안이 유력하다.
정부 안팎에선 현재 20%인 인하 폭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휘발윳값 인상 폭이 유류세 인하에 따른 인하 폭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휘발윳값 기준 유류세 인하 효과는 ℓ당 164원인데, 인하율을 25%로 확대하면 휘발윳값 인하 효과는 ℓ당 205원으로 확대된다. 30% 인하 시에는 246원까지 커진다.
한편, 정부는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의 비축유 공동방출 추진 시 협조하고, 분야별 수급 대응체계를 즉시 가동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IEA 기준 106일분의 비축유를 확보해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과 화상 회담을 열어 IEA 또는 동맹국 간 비축유 방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