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300달러 갈 수 있다” 협박일까 현실일까

입력 2022-03-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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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40달러 턱밑 접근...13년8개월래 최고치
러시아 "유가 300달러 갈 수 있다" 위협
러 원유 공급 중단 시 하루 평균 400만 배럴 공급 부족 전망
OPEC "러시아 공급 감소분 메울 능력 없어"

▲미국 워싱턴주 텀워터에 위치한 주유소에 에너지 가격이 표시돼 있다. 텀워터/AP연합뉴스
미국이 대러 제재 최후 수단인 원유 수입 금지를 거론한 이후 유가가 치솟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러 제재로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러시아의 유가 위협은 현실성이 있을까.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이날 하루 새 18% 급등해 장중 한때 배럴당 139.13달러를 터치, 140달러에 근접했다. 2008년 7월 이후 13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후 소폭 하락해 125.57달러로 장을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6.3% 뛰며 122.89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30.33달러를 터치했다.

이날 유가는 미국의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검토 소식에 급등했다. 러시아는 한 발 더 나갔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서방의 대러 제재가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이날 TV 연설에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러시아의 위협대로 유가가 300달러를 돌파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배럴당 200달러 전망이 솔솔 새어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대부분 중단될 경우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원유 시장은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줄 만큼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공급 측면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전쟁 리스크라는 불확실성이 겹쳐 유가 상승세에 고삐가 풀린 모양새다.

서방의 수입 금지로 러시아 원유 공급이 끊기면 전 세계 수요의 4%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서방사회에 하루 5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데이터에 따르면 서방의 러시아 원유 수입이 중단될 경우 하루 평균 4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러시아의 빈 자리를 메울 방법도 마땅치 않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하루 40만 배럴 증산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의 증산 여력이 있지만 추가 증산에 신중한 입장이다.

원유 공급을 보충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도 복병을 만났다. 이란은 수출 금지가 해제될 경우 하루 150만 배럴가량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른 시기에 타결될 것으로 전망됐던 이란 핵합의 협상은 합의가 아직 손에 잡힐 정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전략비축유 방출도 하루 200만 배럴 공급 증가에 그쳐 러시아 수출분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러시아 수출 감소분을 메울 수 있는 대체 능력이 사실상 없다”며 “현재 상황을 통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시장이 게임체인저가 될 상황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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