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이 제20대 대통령으로 집권하게 되면서 향후 ‘권력 분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후보 단일화를 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 또 대선 기간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역할에 대해서다.
윤 당선인의 승리에 ‘지분’을 가진 주요 세력은 셋이다. 일부 현역 의원과 검찰 인사 등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과 안 전 후보가 이끄는 국민의당, 윤핵관과 대선 기간 부딪혀온 ‘이핵관’(이준석 측 핵심관계자)이다.
이들에 대한 교통정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부터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인수위는 당선인과의 ‘이심전심’이 중요한 만큼 윤핵관이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인의 장막’이 될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안 전 후보와 국민의당이 인수위 참여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 발표 당시 “인수위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안 전 후보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당선인이 책임총리를 공언한 만큼 ‘공동정부’라는 약속이 무색하지 않으려면 총리직은 넘겨야 한다는 예상이다. 책임총리는 국무위원 인사제청권을 강화시키는 게 핵심이라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윤 당선인과 안 전 후보가 조각(組閣)을 실질적으로 협의하는 그림이다.
안 전 후보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윤 당선인 집권으로 윤핵관은 실질적인 주도권을 쥔 반면 국민의당은 단일화 때 약속받은 합당이 착수도 되지 않은 상태다.
이미 대선에 승리한 윤핵관 입장에선 굳이 조각권과 국정운영 권한을 나누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합당도 당권을 쥔 이 대표가 안 전 후보와 정치적으로 대립해온 데다 개인적 앙금도 가져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공산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MBC라디오에서 국민의당 합당 뒤 공동대표 체제 가능성에 대해 “들은 바도 없고 혐의 대상도 아니었다고 들었다”고 일축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안 전 후보와의 공동정부와 합당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도 밝힌 바 없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야합’이라고 규정한 배경이다. 국민의당도 단일화 이후 갈라져있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탈당까지 암시했고 선거대책본부 일부 인사들은 선거 기간 이재명 민주당 후보로 넘어가기도 했다. 종합하면 국민의힘이 안 전 후보에 약속한 지분을 넘기지 않고 뭉갤 수 있을 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명실상부한 대선 승리 공로자인 만큼 당내 입지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가진 20~30대 남성 지지세도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있어 무시하기 어려운 데다 지방선거를 불과 석 달 앞둬 당장 공천 교통정리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다.
다만 대선 승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봉합된 윤핵관과 이핵관 간의 갈등이 인수위를 두고 도질 수도 있다. 당 관계자는 “윤 당선인 입장에선 원만한 국정운영을 생각하면 갈등 불씨가 따르는 이 대표가 걸림돌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