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치열한 접전 끝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선의 명예를 안았다.
이번 대선에서는 그간 불문율로 자리 잡아 온 ‘대선 징크스’가 깨질 것인가에도 관심이 쏠렸다. 양강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오랜 징크스를 깨고, 최초라는 진기록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승자는 3가지 징크스를 깬 윤 당선인이었다. 이 후보는 직선제 이후 이어온 불문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우선, 정치 진영의 관점에서 이번 대선으로 ‘10년 주기설’이 깨졌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가 시행된 이래 보수·진보 진영은 10년간 정권을 번갈아 잡아 왔다. 1987년 이후 노태우·김영삼(보수), 김대중·노무현(진보), 이명박·박근혜(보수)가 각 10년간 정권을 이끌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선에서 승리해 이번 20대 대선까지 10년 주기설을 이어가나 싶었지만, 윤 당선인이 5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하며 징크스를 깨부쉈다.
대선 후보 개인 측면에서는 ‘서울대 법대 필패론’이 깨졌다. 역대 대선에서 서울대 법대 출신이 대통령이 된 사례는 없다.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였던 이회창 전 총리는 1997년·2002년 유력 후보로 대선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셨다. 2007년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3위에 그쳤다. 역시 서울대 법대 출신인 이인제 국민의힘 상임고문 역시 ‘불사조’라는 별명에 걸맞게 15대, 17대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각각 3위와 6위로 낙선했다.
또 다른 서울대 법대 출신 정치인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도 대권에 도전했지만, 모두 당내 경선에서부터 탈락하며 본선에 이르지 못했다.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주 지역 개표 결과
지역 징크스도 격파됐다. 이번 대선에서 특정 지역에서 1위를 한 후보가 당선된다는 공식이 대거 깨졌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은 제주였다. 13~19대까지 적중률 100%를 기록해온 제주는 ‘정치 풍향계’로 불려왔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52.59%)가 9.9%포인트 차이로 윤 당선자(42.69%)에 앞선 결과를 보이며 처음으로 전국 민심과 다른 결과를 낳았다.
경기도 구리는 적중률 100%였을 뿐만 아니라 득표율까지 비슷하게 나왔던 지역이었다. 주민 연령대와 성비가 전국 평균과 비슷해 적중률과 득표율이 유사하다는 인구학적 분석도 나올 정도.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이 후보 50.10%, 윤 후보 46.47%로 집계돼 적중률 100% 지역 타이틀을 내려놔야 했다.
20대까지 적중률 100%를 지킨 지역은 충남 금산군이다. 윤 후보 54.48%, 이 후보 41.96%로 전국 득표율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으나 ‘금산군 민심이 전국 민심’이라는 불문율을 이어갔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한편, 이재명 후보의 낙선으로 한 가지 징크스가 지켜졌다. ‘경기지사 무덤론’이다. 경기도는 인구 1300만으로 전국 최대 지방정부다. 이 때문에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정치인들은 모두 ‘대권 잠룡’으로 거론돼왔다. 그러나 이인제·임창열·손학규·김문수·남경필 등 역대 지사들 모두 대권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이마저도 이 전 지사를 제외하고는 당내 경선단계도 돌파하지 못했다. 이 후보 역시 19대 대선에서는 경선에서, 이번 20대에서는 본선에서 패하며 징크스의 희생양이 됐다. 그러나 윤 당선인과 접전을 이뤄내며 향후 경기지사 징크스 격파 가능성을 보였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이번 당선을 통해 여러 징크스가 깨진 것 외에도 새로운 기록들이 세워졌다. 윤 당선자는 역대 최초 검찰 출신이자 ‘0선’ 대통령이 될 예정이다. 지난 13~19대 전·현직 대통령들은 국회의원직을 최소 한 차례 이상 경험하고 대부분 당 대표까지 역임했으나 윤 당선인은 의회정치 경력이 없다. 사법기관인 검찰에서의 경력만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 된다.
직선제 이전을 포함해 최초로 서울 출신 대통령이 되기도 한다. 1대부터 19대에 이르기까지 영남(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 이명박) 호남(김대중), 충청(윤보선), 강원(최규하), 황해도(이승만)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나 서울 출신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