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이 콘텐츠 사업자에 망 이용대가를 강제하는 법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관련 법안이 만들어진다면 콘텐츠 제공 사업을 하는 국내 통신사와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고, 무역 장벽까지도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발간한 '2022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USTR은 보고서의 '시청각 서비스 부문'에서 한국의 쿼터제 동향 등을 언급했다. 이어 "지난해 여름 여러 국회의원이 콘텐츠 사업자(CP)가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의무적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의 국제무역 의무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며 "미국은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입법부의 노력을 지켜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고서는 "지난 3월 기준으로 해외 CP에게 한국의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여러 법안이 발의됐는데 일부 한국의 ISP는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만약 미국의 CP가 비용을 지급하면 한국의 경쟁업체에 이득을 주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CP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망을 이용하면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가를 내야 한다는 논의가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불거졌다. 특히 CP인 넷플릭스와 ISP인 SK브로드밴드가 소송전을 벌이면서 망 이용대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했다.
지난해 6월 말 법원은 1심 판결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CP가 가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트래픽을 쓰는 만큼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에 넷플릭스가 즉각 항소하고, SK브로드밴드도 반소를 제기하면서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등 CP로 인해 발생하는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망 관련 설비 비용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망 사용료를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이용자 피해 및 망 중립성 우려 등을 제기하고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인 '오픈 커넥트(OCA)'를 통해 트래픽을 절감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상희 국회 부의장 등 여야 의원은 CP의 망 사용료 지급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