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건조해지는 봄마다 사망자가 늘어났지만 원인을 규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조용선 감독의 영화 ‘공기살인’을 통해 다시 한번 알려질 예정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이자 사건을 은폐하려는 기업의 음모를 파헤치는 주도자 역을 맡은 주연배우 김상경은 사건의 실제 수습 과정을 두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8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연 ‘공기살인’은 글로벌 그룹 오투의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PHMG성분 때문에 폐질환 사망자가 급증하는 2011년 상황을 다룬다.
아내 길주(서영희)와 아들을 잃은 태훈(김상경)은 처제 영주(이선빈)와 피해자를 규합해 진실을 밝혀내려 하지만, 이미 1000만 병 이상 해당 제품을 판매해온 글로벌 그룹 오투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유능한 서우식 팀장(윤경호)을 동원해 치밀한 방해를 지속한다.
상영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용선 감독은 “작품을 완성하는 데 6년이 걸렸고 끈기 있게 완성해냈다. 피해자를 어떻게 입막음하려고 했는지를 주로 다뤘다”고 연출 방향을 전했다.
조 감독은 영화가 드러내는 사건을 예로 들며 “(살인죄를 다투는 형사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으로 사건이 다뤄졌고 (기업 의뢰로) 독성실험이 진행됐다는 내용은 네이버에 검색만 해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실”이라면서 관심을 촉구했다.
주인공 태훈 역을 맡은 김상경은 “실화를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1급 기밀’에 출연했다. ‘공기 살인’ 출연 제안까지 받고 나니 ‘하늘이 나에게 준 소임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영수증을 (증거로) 가져와서 아팠다는 걸 밝히라는 건 굉장히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지난 사회적참사특별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을 비판하기도 했다.
또 “2주 전쯤 미국에서 수입한 자동차 방향제에 똑같은 성분이 들어있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상경과 함께 사건을 주도하는 영주 역을 맡은 이선빈은 “감독님이 건네주신 자료조사본을 시험 공부하듯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다 읽으면서 사명감이 생겼다. 사건을 파헤쳐 나가려는 진실한 마음이 모여 있는 시나리오도 마음을 울렸다”고 했다.
김상경의 아내 길주 역할로 작품 초반 모습을 드러내는 서영희는 “코로나19 전에 작품 촬영을 마쳤는데, 그래서인지 ‘내 아이가 아프다’는 상황 안에서 (그 심정을) 흉내만 냈던 것 같다. 코로나19를 2년 넘게 겪고 나니 이제야 (피해자의 마음이 더) 이해가 돼 너무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글로벌 그룹 오투 팀장이자 극의 거대한 비밀을 쥐고 있는 서우식 팀장 역의 윤경호는 “흥행은 보장하지 못하더라도 창피하지는 않은 영화를 만들어보겠다는 김상경의 말을 듣고 뜨거운 마음으로 임했다. 누가 되지 않으려 했다”고 진중한 소감을 전했다.
‘공기살인’은 2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