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광주공장, 1974년 준공돼 노후화 심각…광주시, 선제적 용도변경에도 난색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 논의가 선거에 가로막혀 지연되고 있다. 회사의 앞날을 좌우할 투자가 늦어지며 자칫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2일 타이어 업계와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6월 1일 예정된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광주ㆍ전남 정가에서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의 활용 방안이 예비후보자의 주요 공약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자리한 공장을 전남 함평군 빛그린산업단지로 옮기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1월에는 공장 이전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협약을 맺고 이행 보증금도 냈다.
금호타이어가 떠나갈 현 광주공장 부지는 KTX 광주송정역 인근 도심에 있어 개발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광주시장, 광산구청장, 기초의원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해당 부지를 복합환승센터 거점, 비즈니스타운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나섰다.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으로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강기정 예비후보는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노조 지회장을 경선선거대책본부에 포함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는 광주시가 어떤 식으로 부지를 활용하든 신속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광주시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의 용도를 상업용지로 바꾸기만 하면 매각이 가능한데,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 정국까지 펼쳐지며 논의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는 국민의힘에서 꺼내든 광주 복합쇼핑몰 설립 공약의 적합지로 금호타이어 공장 부지가 거론되며 혼란을 겪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은 선거가 다가오며 논의 자체가 모두 중단되는 경향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애가 타는 일”이라 설명했다.
금호타이어는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장 이전이 시급하다. 광주공장은 연간 1600만 본의 타이어를 만들어내며 금호타이어 전체 국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생산기지다. 고용된 인원만 해도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2300여 명에 달한다.
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지만, 광주공장은 1974년 준공돼 설비가 노후화했고 생산 효율성도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신제품 생산에도 부적합한 환경이다. 이에 금호타이어는 2019년부터 공장 이전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왔다. 빛그린산단 15만 평 규모의 부지에 최첨단 설비를 갖춘 공장을 새로 지어 전기차, 자율주행차에 적합한 신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자금이다. 신공장 설립에는 1조2000억 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금호타이어는 자금 여력이 없다. 2017~2018년 영업손실을 낸 금호타이어는 2019년에 잠시 흑자를 거뒀지만, 2020년 이후 2년 연속 적자를 봤다. 통상임금 관련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2000억 원 이상의 밀린 임금을 줘야 할 수도 있다. 최대주주인 중국 더블스타도 추가 투자를 단행하지 않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광주시가 먼저 용도변경을 해주면 공장 부지를 매각한 뒤, 그 자금으로 신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광주시는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 있어 선제적인 용도변경이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선거 이후에도 공장 이전 논의가 제자리를 맴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자금을 확보해 신공장을 건설하는 데에도 3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동화 전환에 맞춰 타이어 업계도 연구개발과 신제품 양산에 나서고 있는데, 신공장 건설이 지연되면 금호타이어의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사업이라 개발계획 검토, 기부채납 비율 설정 등에 지방자치단체가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공장 설립을 위해서는 기업의 상황을 고려한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