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친환경ㆍ고급차 생산 주력
현대차ㆍ기아, 車 덜 팔고도 이익↑
생산량 감소 속에서 산업수요 급증
완성차 판매가 뚜렷한 감소세에 접어든 반면 제조사 수익은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판매 증가율보다 매출 증가율에 주력한 덕이다.
12일 자동차 업계 취재를 종합해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판매는 전년 대비 10.1% 감소했다.
먼저 현대차(-17.0%)와 기아(-0.9%)ㆍ한국지엠(-16.2%) 모두 판매 부진을 겪었다. 그나마 XM3 수출로 경영위기를 벗어난 르노코리아 판매가 전년 대비 21.4% 증가했고, 작년 초 단순 부품(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부족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쌍용차가 20.7% 증가세를 기록하며 회복세다.
이처럼 대부분 제조사의 판매는 작년보다 감소했으나 수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 분석 등을 종합한 결과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0.91%, 기아 증가세는 15.9%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차가 덜 팔렸음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배경에는 선택과 집중, 나아가 수익성 우선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먼저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2022년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판매 증가’보다 ‘매출 증가’를 목표로 삼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판매에 집중했고,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 1분기에 판매된 현대차ㆍ기아의 20%가 친환경차였다. 역대 최대 비중이다.
여기에 제네시스는 미국시장에서 역대 1분기 가운데 가장 많은 1만1723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2.6% 성장세를 보인 것.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 주력 세단 G80 1대를 판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영업이익은 현대차 쏘나타 4.5대 판매분과 맞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차종이 노후화 초기에 접어들었으나 연식변경 모델 등을 통해 가격도 인상 중이다. 이날 현대차는 2022년형 코나를 선보이면서 가격(기본모델 기준)을 181만~355만 원 인상했다. 앞서 선보인 아반떼 역시 연식변경을 통해 약 300만 원 인상된 가격을 제시했다. 전반적인 평균판매가격 인상 효과를 끌어낸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품공급 차질로 인한 완성차의 재고 부족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토모티브 뉴스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의 영업이익은 665% 증가했다.
뒤이어 △폭스바겐(+405%)과 △현대차(+178%) △BMW(+177%) △기아(+145%) △메르세데스-벤츠(+105%) 등이 수익을 낸 대표기업들이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갖가지 불확실성이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략이 확대되고 있다”라며 “글로벌 주요 기업이 무조건 가격을 끌어올리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는 시장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식변경과 상품성 개선 모델 출시를 통해 최소한의 가격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