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업계에서 적자생존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롯데온이 새벽배송을 철수한 데 이어 BGF의 헬로네이처도 사업을 접는다.
BGF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헬로네이처를 BGF네트웍스의 종속회사로 편입시키고 B2B 사업으로 전환을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BGF네트웍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헬로네이처 지분 100% 인수 건을 최종 승인했다. 헬로네이처 지분은 BGF가 50.1%, 11번가가 49.9%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헬로네이처가 주력하던 새벽배송 사업을 종료하고, 기존 역량들을 활용해 프리미엄 신선식품 소싱 및 공급, 차별화 상품 개발, 온라인 채널 제휴 판매 등으로 사업 영역 조정에 나선다. BGF는 그동안 실적이 저조했던 헬로네이처의 사업 구조를 재편함으로써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해 그룹 차원의 비즈니스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BGF는 새벽배송 특성상 고비용 구조로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최근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져 향후 시장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했다. BGF 관계자는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 외에 대형 유통 업체들까지 뛰어들며 갈수록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포스트코로나로 접어드는 시점에 맞춰 발빠르게 사업 전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국내 선두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의 롯데온이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롯데마트몰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18일부터 종료한다고 밝혔다. 2020년 5월 롯데온이 새벽 배송에 나선지 2년 만이다. 이 회사는 수도권과 함께 부산 지역에 업계 최초로 새벽배송에 나서기도 했다. 대신 2시간 내 배송을 표방하는 ‘바로배송’에 집중하기로 했다.
새벽 배송 시장의 성장잠재력은 높다.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가 2015년 시장에 뛰어든 후 2017년 1900억 원에 불과하던 새벽배송 시장은 2020년 2조5000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고, 올해는 9조 원으로 덩치를 불릴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에는 11조9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새벽배송 시장에 너나할 것 없이 경쟁자가 뛰어들면서 더 이상 블루오션으로 평가받지 못한다. 출혈을 감수한 투자에도 아직까지 수익을 내고 있는 업체가 '오아시스마켓'뿐이라는 점에서 수익성이 불투명하다. 특히 새벽배송은 주간 배송에 비해 인건비가 1.5~2배까지 드는 데다 콜드체인을 갖춘 전용 물류센터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높기 때문이다 .
실제 새벽 배송 3인방으로 평가되는 쿠팡과 마켓컬리, SSG닷컴 중에서 흑자를 낸 업체는 없다. 지난해 쿠팡은 지난해만 약 1조8000억 원의 영업손실로 전년(약 6210억 원)보다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고, 마켓컬리도 2177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폭이 87.3%나 늘었다. 신세계·이마트가 운영하는 SSG닷컴도 2020년 469억 원이던 적자가 지난해 1079억 원으로 2배 가량 치솟았다.
다만, 롯데나 BGF와 달리 새벽배송 사업을 강화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프레시몰은 최근 이용 건수가 치솟으면서 지난달 과일과 채소, 축산, 수산 상품 등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기존 대비 2.5배 규모인 1만5000여종으로 상품 수(SKU)를 대폭 늘렸다. 아울러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한정됐던 새벽배송 서비스 범위를 과천과 의왕, 안양, 수원, 용인 등으로 확대하고, 하반기에는 충청권을 시작으로 영남권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힐 예정이다.
티몬도 새벽배송 사업에 힘을 준다. 이 회사는 이달 초 콜드체인 전문 물류기업 ‘팀프레시’와 새벽배송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티몬은 당일 오후 4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7시까지 집 앞으로 배송해 주는 새벽배송을 서비스하고 있다. 가능 지역은 서울 전역 및 경기 인천(일부 지역 제외)이다. 이밖에 CJ온스타일과 NS홈쇼핑도 최근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면서 결국 상위 3개 업체 정도만 남고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면서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각축하고 있지만 모든 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감당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