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쿠팡과 함께 물류 및 배송시장에 최적화된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ㆍPurpose Built Vehicle)’를 개발한다.
물류 배송 전용차와 서비스 등을 개발,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모빌리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PBV, 이른바 ‘목적 기반 모빌리티’는 어떤 차일까
미래 모빌리티는 운전자 대신 승객과 이동에 초점이 맞춰진다. PBV는 그 끝에 자리한 궁극점이다.
사용 목적과 운행 용도가 뚜렷하고, 승객 또는 화물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운송 수단이다. 1인승 퍼스널 이동체 역시 다양한 PBV 가운데 하나로 분류된다.
자연스레 실내공간 활용도는 물론 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다.
PBV 대부분이 실내공간 활용도를 확대하기 위해 원박스카 형태를 지녔다. 운전자와 동승자의 개념이 아닌, 이 전체를 아우르는 ‘승객’의 개념을 먼저 앞세웠기 때문이다.
PBV와 MPV 등 이름만 다를 뿐, 개념은 이미 반세기 전에 시작했다.
전통적인 3박스 세단이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던 무렵, 원박스 또는 1.5박스 형태의 미니밴이 등장했다. 이때를 PBV의 시초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승용차의 안락한 승차감과 성능, 여기에 승합차의 특성을 담은 미니밴은 어느 시대에서나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로써 PBV 개념은 201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미국은 GM이, 유럽은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ㆍ르노 등이 방향성을 정립한 상태다. 한국의 현대차그룹도 뚜렷한 방향성을 정립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모두 추진한다. 둘 사이를 연결하는 허브(HUB) 개념도 도입했다.
이미 많은 제조사도 이 가운데 하나인 PBV 청사진을 공개하고 개발 중이다.
특히 미국 GM은 물류 배송을 목적으로 한 배송용 PBV ‘EV600’과 소형 모델 ‘EV410’ 등을 이미 선보였다. EV600은 미국의 운송업체 페덱스에 올해 첫 공급을 시작했고, EV410은 미국의 대표 소매유통업체인 월마트와 5000대의 공급 계약을 성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송용 PBV가 본격적인 양산 시대를 맞은 셈이다.
유럽에서는 르노가 2018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EZ-프로를 공개했다. 특징은 언더보디와 케빈이 분리된다는 점이다.
먼저 4개의 커다란 바퀴와 바닥이 하나의 모듈로 이어졌다. 그 위에 얹은 케빈(승객공간)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바꿔 장착할 수 있다. 원박스카를 얹으면 승합차가 되고, 1.5박스 화물 밴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실내공간 활용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면서 디자인이 획일화됐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PBV는 언뜻 비슷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변형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전기차 전문 ‘카누’ 사(社)와 협업해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런 모양의 언더 보디는 종류 또는 길이에 따라 3가지 또는 4가지로 만든다. 그 위에 얹은 케빈은 다양한 형태로 조립할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콘셉트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더 멋진 PBV가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바퀴 없이 차가 움직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PBV 콘셉트도 마찬가지다. 안 보여서 그렇지 차 안에 바퀴가 무려 16개나 숨어있다.
작은 공 모양의 구동체 16개가 각각 4개씩 모서리에 숨어있다. 비슷한 개념을 담았지만 커다란 바퀴를 달고 있는 르노 EZ-프로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회전 지름이 작고, 서스펜션을 자유롭게 세팅할 수 없다. 목적이 뚜렷한 전용 자동차인 만큼, 하나를 얻으면서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이른바 ‘트레이드-오프’ 성격으로 봐야 한다.
교통 정체의 원인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운전자마다 다른 ‘차간거리 인식’도 교통정체를 더 극심하게 만든다. 선두그룹에서 앞차와 거리를 좁혔다 늘리기를 반복하면, 후미에서는 이 여파가 정체로 이어진다.
자율주행차를 기반으로 한 PBV가 등장하면 교통 체증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레벨 5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라서면 혼자 달리는 게 아닌, 주변에 목적지가 같은 차와 앞뒤로 나란히 달릴 수 있다. 이른바 '플래툰 드라이빙'으로 불리는 군집주행이다.
안정적인 군집주행 시스템이 확산하면 같은 도로 인프라를 바탕으로 더 편하고 빠른 이동이 가능해진다. 물론 교통체증도 크게 줄어든다.
볼 수 있다.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동안 차 안에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즐길 수 있다.
단순하게 영화나 드라마를 고르고, TV홈쇼핑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선다. 예컨대 자율주행차가 오르막을 오르면, 차 안에서 상영되는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도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는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차가 요철 부근을 지날 때면 영상에서도 충격 장면이 이어진다. 한 마디로 4D 영화를 차에서 직접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독일 아우디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영화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일반 콘텐츠가 아닌, 자율주행차에 맞는 콘텐츠를 별도로 제작하기 위해서다.
유리창은 있다. 그러나 이를 커다란 스크린으로 바꿀 수 있다.
자동차의 유리를 스크린처럼 활용하는 기술은 이미 양산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만 양산 초기인 만큼 이질감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차 지붕에 달린 집열판을 바탕으로 전기 배터리 충전도 가능하다.
차에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감상할 경우 자칫 멀미가 생긴다.
멀미의 원인은 간단하다. 귀 안쪽 달팽이관 부근의 3각 신경이 우리 몸의 움직임을 인지한다. 이 3각 신경은 △위↔아래 △앞↔뒤 △좌↔우로 신경을 뻗어 나가 있다.
우리 몸이 움직일 때마다 이 신경이 움직임을 감지한다. 질병 또는 사고로 이 신경계가 제 역할을 못 할 경우 ‘어지러움’증이 생기기도 한다.
차 멀미는 우리 눈으로 보는 시각적 변화와 3각 신경계의 움직임이 불일치할 때 일어난다. 차 안에서 책을 보는 경우 시각은 고정돼 있으나 3각 신경은 몸의 움직임을 뇌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완성차 제조사들은 멀미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LED를 이용한 시각적 보정이다. 예컨대 차가 움직이면 실내에 길게 뻗은 LED 불빛이 이동한다. 차가 빨라지면 불빛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차가 멈추면 LED 움직임도 정지한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차 양산보다 먼저 일반차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미 PBV 초기 콘셉트를 담은 차들이 속속 양산 중이다.
기아는 조만간 경우 니로 EV를 바탕으로 실내 전고를 높여 승하차성을 개선한, 쾌적한 내부 공간을 구현한 니로 플러스를 출시한다.
택시 사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30만km 배터리 보증과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해 고객의 비즈니스 수익성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기아는 2025년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전용 PBV 모델을 출시한다. 이를 시작으로 2030년 글로벌 PBV 세계 1위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스스로 움직이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PBV는 2030년대 중반께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