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브렌트유 등 국제유가 5% 안팎 급등
헝가리 반대, 체코와 슬로바키아도 제재안 수정 요구
비축유 방출해도 60% 물량 부족…유가 추가 상승 우려
4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 연설에서 “러시아산 석유를 금지할 것을 제안한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최고로 높이면서 동시에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질서 있는 방식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6개월 이내에 러시아산 원유 공급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연말까지 정제유 제품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 소식에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5% 안팎으로 급등했다.
지난해 전체 석유 수입분의 70%를 러시아에서 조달한 헝가리는 모든 회원국이 집행위의 요구대로 움직일 순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의존도가 92%에 달하는 슬로바키아를 비롯해 체코 등 주변국들 역시 집행위가 제시한 6개월보다 더 긴 기간에 걸친 제재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석유 금수 조치가 통과되더라도 첩첩산중이다. 각국이 전략비축유 방출로 러시아산 공백을 채울 계획이지만, 그렇더라도 러시아 공급 물량의 40%에 그쳐 여전히 약 60%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유럽이 대체 조달 수단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증산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그만큼 추가 제재가 전 세계 수급에 차질을 줘 유가가 더 상승할 위험이 있다.
당장 5일 있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 회의에서도 기존 증산 계획을 고수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는 “재고가 너무 부족한 현 상황에서 유럽이 금수 조치를 꺼내면 이를 만회할 방법이 있는지 많은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나 인도 등 제재에 참가하지 않는 국가들이 가격이 훨씬 싸지게 된 러시아산 원유 매입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나타내 제재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서구권이 다시 이런 샛길 봉쇄를 위해 추가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시장 불확실성은 한층 높아지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