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ㆍ성장성 믿고 베팅했으나 평판ㆍ대외 환경 악화에 주가 폭락
"믿었던 오스템임플란트가 발등을 찍었다." 직장인 H씨는 지난달 말 오스템임플란트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이 회사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역대 최악의 횡령 사건으로 기업 평판이 훼손됐지만, 꾸준하게 우량한 실적을 내는데다 중국 등지에서 사업 성장성도 크다는 게 투자 이유였다. 다만 일주일 사이 주가가 폭락하며 회사에 대한 믿음은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직원 횡령으로 인한 거래 정지가 해제된 이후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사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거래 재개 첫날 시장 우려에도 장중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던 주가가 이후 가파르게 우하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오전 9시 5분 기준 오스템임플란트는 전날보다 3.70%(3700원) 하락해 9만6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는 전날엔 7.16%(7700원) 하락해 9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10만 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주가는 거래 재개 첫날인 4월 28일 7.44% 하락한 이후 잠시 반등세를 보였으나 이달 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 하락 원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2000억 원대 횡령 사건으로 회사의 업계 내 평판이 치명타를 입은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악의 대외 여건이 더해졌다. 미국 금리인상(빅스텝), 글로벌 물가상승, 가파른 원ㆍ달러 환율 상승 등 이른바 삼중 쇼크가 발생하며 주가 하방을 이끌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주가 하락 직격탄을 맞은 투자 주체는 개인이다. 거래 재개 이후 개인 투자자는 9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127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거래 재개 첫날에만 728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하락장에서 '줍줍'에 나섰다. 이 때문에 장중 주가는 13만 원대까지 오히려 오르기도 했다.
개인이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배경은 이 회사의 실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수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큰폭으로 늘렸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출은 5650억 원에서 8246억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29억 원에서 1433억 원으로 무려 3배 이상 늘었다.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 사업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밝은 성장성 또한 개인이 오스템임플란트에 매력을 느낀 원인으로 풀이된다. 오스템임플란트가 해외에서도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은 중국이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33%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임플란트 시장은 7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러나 희망적인 전망에도 주가는 외국인의 '팔자' 행렬에 무너져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거래 재개 첫날만 이 회사 주식 641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기관(99억 원어치 매도)과 함께 하락세를 이끌었다. 이후에도 외국인은 7거래일 동안 1686억 원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코스피 상황도 주가 전망을 어둡게 한다. 9일 코스피 지수(2610.81)는 종가 기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9조 초반대(9조2897억 원)으로 내려 앉았다.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시계가 빨라지며 지수는 2500선 하단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오스템임플란트 투자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펀더멘탈 리스크는 제한적으로 보이나, 115일만에 거래정지가 해제됨에 따라 수급이슈로 인해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에 의해 발생하는 기관 및 외국인 매도 물량, 평판 리스크로 인한 매도 물량, 코스닥 150등 주요 지수 편출 등 이벤트 발생이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