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실증에 더 가까워져
블랙홀 연구에 통찰력 제공 기대
우리은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첫 이미지가 포착됐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10여 년 전부터 세계 주요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블랙홀을 관측해온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 과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으로 포착된 우리은하 블랙홀 ‘궁수자리A(Sagittarius A*)’ 이미지를 공개했다.
세계 80개 기관에서 300명이 넘는 연구진이 참여한 이번 연구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한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이번에 포착된 궁수자리A는 지구에서 약 2만7000광년 떨어진 궁수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다른 은하인 M87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사진이 인류에 공개된 데 이어 두 번째로 공개된 블랙홀의 모습이다.
블랙홀은 질량이 극도로 압축된 초대질량 천체로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해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다.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은하 M87의 블랙홀 관측도 그 그림자를 이용한 것이다. 중력에 의해 주변 빛이 휘어 둥글게 만들어지면서 빛이 빠져나오지 못해 형성된 내부 공간인 블랙홀의 그림자가 이미지로 포착되는 것이다.
궁수자리A는 M87 은하가 지구와 떨어진 거리의 2000분의 1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러나 질량이 태양의 430만 배로, 태양의 65억 배인 M87 은하의 블랙홀보다 훨씬 두꺼운 가스와 먼지 구름에 가려져 있을 뿐 아니라 크기도 작아 이미지를 잡아내는 것이 더 까다롭다. 실제 M87 은하의 블랙홀의 크기는 태양계 전체 정도지만 우리 은하의 블랙홀은 태양에서 수성까지의 거리 정도다.
두 블랙홀이 비슷한 모양으로 나타난 것도 의미가 있다. 아이슈타인이 이론적으로 블랙홀을 입증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블랙홀이 비슷한 형태라고 예측한 것이 더욱 엄밀히 실증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HT 과학이사회 공동위원장인 세라 마르코프 암스테르담대학 이론천체물리학 교수는 "궁수자리A와 M87 블랙홀은 질량 차이가 매우 크고 형태도 완전히 다르지만 매우 유사한 모양을 보인다"며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두 블랙홀 간의 차이는 블랙홀을 둘러싼 물질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중앙연구원 천문학·천체물리학 연구소의 EHT 프로젝트 과학자 고프리 바우워 박사도 "이번 성과는 우리은하 중심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크게 높여 초대질량 블랙홀이 주변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2019년 이전에는 블랙홀의 중력이 주위 물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거나 블랙홀에 의해 방출되는 중력파를 감지하는 등 간접적 증거로만 블랙홀의 존재를 추정했다.
EHT는 이미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의 전파 방출 기원으로 보이는 부착흐름 분석 이론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밝히고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해 정밀한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향후 10년간 10개의 망원경을 추가해 블랙홀 주위 가스가 소용돌이치는 움직임도 포착할 계획이다. 두 블랙홀보다 더 멀리 있는 블랙홀을 포착하기 위해 망원경을 지구 궤도에 놓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