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박해일과 탕웨이가 주연으로 열연한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이 경쟁 부문에 올랐다.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을 둘러싸고,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과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의 은밀한 관계와 욕망을 다룬 영화다. 현지 시각으로 23일 칸에서 최초 공개된다.
박찬욱은 ‘올드보이’와 ‘박쥐’, ‘아가씨’에 이어 이번 영화로 통산 4번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박찬욱은 칸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바 있다.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감독의 단일 작품이 아닌 전 작품들을 모두 고려하여 수상한다. ‘영화제의 정치학’으로 미뤄 볼 때, 올해는 박찬욱의 황금종려상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바 있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등 한국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도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브로커’는 세탁소를 운영하며 근근이 생활하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가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다. 이른바 ‘가족영화 장인’으로 불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번에도 남다른 가족 이야기를 들고 칸을 찾았다. 현지 시각으로 26일 칸에서 최초 공개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한국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감독으로 일본 내 대표적인 친한파 감독으로 분류된다.
송강호는 이번 영화로 남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하다. 칸영화제는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도 단일 작품이 아닌 전 작품을 모두 고려해 상을 수여한다. 특히 송강호는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했다. 송강호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박찬욱과 함께 “받을 때가 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른 이정재의 첫 감독 연출작인 ‘헌트’가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이름을 올렸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장르영화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을 초청한다. 한국에서는 ‘악인전’, ‘공작’, ‘불한당’ 등 영화가 초청된 바 있다.
현지 시각으로 19일 자정에 칸에서 최초 공개되는 ‘헌트’는 이정재의 인기에 힘입어 전석 매진 행렬을 기록 중이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들의 진퇴양난과 암중모색을 다룬 작품으로 이정재와 정우성이 주연을 맡았다.
한국영화는 아니지만 배우 오광록이 주연으로 출연한 프랑스 영화 ‘All the People I’ll Never Be(리턴 투 서울)’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했다. 이 외에도 문수진 감독의 ‘각질’이 단편경쟁 부문에,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가 비평가주간의 폐막작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