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코드42, 각각 85%와 15% 투자
모빌리티 주도권 선점ㆍ역량확대 목적
작년 ‘퍼플엠’ 순손실만 투자금의 68%
기아, 빌려준 채무도 못 받고 법인청산
기아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 확보와 역량 결집을 위해 2020년 설립한 모빌리티 기업 ‘퍼플엠(Purple M)’을 청산했다.
19일 IB 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1분기에 비상장 계열사 퍼플엠을 청산했다.
청산 배경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구개발본부 산하에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전담조직(TaaS본부)을 신설하고 해당 협력사 대표(송창현)를 본부장으로 영입했다”며 “자동차 산업 중심축이 차체 등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는 추세를 고려해 사실상 내부 조직에 편입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애초부터 현대차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했던 모빌리티 조직과 방향성이 유사한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이라며 “유사한 투자가 반복될 때마다 투자 정당성이 훼손될 우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코드42 송창현 대표와 합작사 CEO를 현대차그룹이 영입하는 수준에서 합작사 청산이 합의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퍼플엠은 2020년 7월 기아가 스타트업 ‘코드42’와 손잡고 설립한 모빌리티 기업이다. 코드42는 네이버 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설립해 큰 관심을 끈 신생기업이다. 당시 기아는 모빌리티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전담 법인 ‘퍼플엠’을 출범한다고 합작사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코드42 역시 기아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합작사에 15% 지분을 출자하고, 이사회 참여 의지도 밝혔다. 합작사명 퍼플엠은 보라색을 의미하는 ‘퍼플’과 모빌리티를 뜻하는 ‘M’을 결합해 만들었다. 그만큼 모빌리티에 대한 양사의 열의도 담겼다.
기아는 퍼플엠을 통해 코드42의 기술력을 집약한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유모스(UMOS, Urban Mobility Operating System)’를 추진했다.
유모스는 △자율주행차 △드론 △딜리버리 로봇 등 다양한 미래 이동수단을 이용해 △카헤일링 △카셰어링 △수요응답형 택시 △스마트 물류 △음식 배달 △온라인 쇼핑 등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이다.
기아가 송호성 사장을 중심으로 추진한 퍼플엠이 2년이 채 안 돼 청산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송 사장에 대한 자본시장과 주주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야심 차게 추진한 모빌리티 합작사가 지난해 당기순손실만 기아가 투자한 금액의 70%에 육박하면서 사실상 ‘존속의 당위성’도 크게 훼손된 상태다. 이 회사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투자금은 물론 6억 원이 넘는 채무손실도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