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높이 500m·길이 수십km’ 세계 최대 빌딩군 구축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조감도. 출처 네옴닷컴

사우디아라비아에 세계에서 가장 큰 빌딩군이 들어설 전망이다. 사우디는 현재 진행 중인 5000억 달러(약 620조 원) 규모의 최첨단 미래 신도시 ‘네옴(Neom)’ 프로젝트의 하나로 세계 최대 규모 빌딩군을 세울 계획이라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네옴은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에 대한 자국의 높은 의존도를 줄이고자 추진하는 미래 먹거리 사업이다. 한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네옴 안에 세워질 새 건물들은 쌍둥이 마천루를 중심으로 높이 약 500m에 길이가 수십km에 달할 것”이라며 “홍해 연안에서 사막까지 이어질 이 건물들은 주거 시설, 백화점, 사무실 공간 등이 들어가는 복합형 빌딩군이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네옴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길이가 약 805m(0.5마일)에 달하는 시제품을 제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건물이 지어지면 각 구조물들은 현존하는 가장 큰 공장이나 쇼핑몰 등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동에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가 있다. 이 빌딩의 높이는 828m에 이른다. 그러나 네옴의 빌딩군이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길이가 무려 수십km에 이르러 규모에서 전 세계 모든 건축물을 압도할 수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해 미래 도시 네옴 내 들어설 최첨단 교통 시스템 ‘라인’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네옴닷컴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외딴 지역을 최첨단 미래 도시로 구축해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석유 판매에 의존적인 사우디 경제를 다각화하겠다는 목표로 2017년 네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네옴의 중심에는 지상에 도로와 자동차가 없는 대신 지하에 초고속 지하철도로 각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탄소 배출 제로의 미래 도시 ‘라인(The Line)’이 들어서게 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라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약 2000억 달러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세계 최대 빌딩군을 세우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되기 전 예산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최고경영자(CEO)는 새 빌딩군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라인은 틀을 깬 아이디어”라며 “우리가 준비를 끝낸 뒤 공개할 이 프로젝트는 매우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의 크기와 높이는 주변 지형과의 조화, 공학적 고려사항에 따라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는 최근 유가 상승 혜택을 톡톡히 봐서 네옴 개발의 관건은 비용보다 실현 가능성에 있다. 사우디는 과거에도 경제 수입 다각화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들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가 제다 지역 근처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세울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일부만 완공된 채로 남아 있다.

네옴 관계자들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리 시하비 네옴 자문위원은 “사람들은 스타워즈가 현실화된 듯한 미래형 하이퍼루프를 기대하고 있다”며 “그뿐만 아니라 노동자부터 억만장자까지 모든 사람을 수용할 지능적이고 잘 고안된 현대 도시가 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