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배송' 전쟁이 정육점으로 옮겨붙고 있다. 촘촘하게 전국에 퍼진 오프라인 점포가 물류센터 역할을 대신하는 '마이크로 풀필먼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근거리에서 빠른 속도로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지자 신선도가 생명인 정육류가 퀵커머스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최근 다시 문을 연 '요마트'를 통해 GS더프레시에서 가장 잘 팔린 베스트 상품에 축산 제품들이 이름을 올렸다고 9일 밝혔다. 회사 측이 '요마트' 장바구니를 지난달 17일에서 이달 7일까지 분석한 결과 우삼겹구이450g을 비롯해 대패삼겹살구이450g, 우삼겹구이500g, 매콤 한돈불고기600g 등 상위 베스트 매출 5위 상품군을 전부 축산 상품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을 필두로 수산과〮일 등 신선 상품은 전체 매출 비중에서 약 38%를 차지했다. 상위 베스트 매출 10개 상품군에도 축산 제품이 7개를 차지했다. ‘요마트’가 평소 빠르게 배송 받기 어려웠던 신선 식품 니즈를 파고들며 온라인 장보기에서 새로운 쇼핑 문화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축산, 수산 등 신선식품은 기존 퀵커머스에서도 취급하기 어려운 상품으로 꼽혔으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요마트 사례에서 보듯 GS리테일의 슈퍼마켓 채널인 GS더프레시를 도시형 물류거점센터로 삼아 근거리 빠른 배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의 자체 도보 배달 플랫폼인 우리동네딜리버리(우친)과 배달대행사인 부릉, 비욘드, 바로고가 수행해 1시간 내 주문 상품을 전국 어디에서나 받아 볼 수 있다.
여기에 400~600g 중량으로 패키지를 소형화해 고기의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 요구에 부응했다. 소형화 상품은 1~2인, 많아야 3인까지 취식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번 요마트에서 판매된 축산 상품 역시 고객의 이런 트렌드를 접목한 소형 패키지 상품들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GS더프레시의 배송망을 활용한 ‘요마트’는 론칭 20일 만에 전국 200여 매장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며 “이달 내 전국 350여 매장으로 ’요마트’ 서비스 지역이 더욱 넓어지는 만큼, 확고한 경쟁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고기 홀릭' 현상은 최근 유통가에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면역력과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 소비가 늘자 초신선 배달이 생명인 축산제품 특성이 퀵커머스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고기, 수산물 등 주로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스타트업 '정육각'이 대상의 초록마을을 품은 게 대표적이다. 초록마을이 보유한 전국 약 400개 오프라인 매장이 '마이크로 풀필먼트' 역할을 하며 당일배송 인프라를 손에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이마트 역시 최근 소고기 수입 유통업체 ‘오케이미트’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투자할 계획이다. 약 25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마트가 역점으로 내세우는 신선ㆍ그로서리 사업부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특히 이마트를 물류거점으로 삼는 PP센터 활용으로 빠른 배송과 시너지도 기대된다.
식품업계도 '고기 배송' 사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유통 플랫폼을 거쳐 제품을 전달하는 대신 고객과의 접점을 최대한 좁히는 것이 핵심전략이다. '종가집 김치'를 보유한 대상네트웍스가 지난해 선보인 '고기나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대상 측과 제휴를 맺은 동네 정육점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O2O 플랫폼 서비스로, 초기 론칭 당시 서울 3개 구에서 현재 24개 구로 대폭 확장했다.
동원F&B 역시 1시간 내로 근처 정육점에서 고기를 배달해주는 '미트Q딜리버리'라는 비슷한 서비스를 지난해 오픈했다. 론칭 시기 4곳의 가맹 점포 수로 시작해 현재 63곳까지 거래처를 늘렸다. 동원 측은 연내 정육점 제휴 거래처 100개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