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영향력 키우려다 빚의 역습 직면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산하 연구 기관 에이드데이터(AidData)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3년 일대일로를 도입한 이래 2017년까지 4년간 165개국에서 총 1만3427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843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차관을 제공했다. 이 중 무려 3850억 달러(약 490조 원)가 ‘보고되지 않은 부채’에 해당했다. 일명 숨겨진 부채다.
전문가들은 투명하지 않은 차관 시스템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차관 제공국과 차입국간 정보 비대칭성은 후자로 하여금 대출을 오용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부메랑이 돼 차관 제공국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역사적으로 과도한 대출은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부작용을 몰고 왔다. 카지노 자본주의는 영국의 경제학자 수전 스트레인지가 1986년 출간한 ‘카지노 자본주의’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현대 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하는 의미다. 카지노 자본주의는 1970~80년대 아프리카, 중남미와 1990년대 아시아에서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중국 역시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위험을 감수했다. 특히 일대일로는 인프라 투자 중심의 중국 경제성장 모델 수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대출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높은 수준의 금융 리스크를 수반한다. 디폴트에 빠지거나 직면한 국가들을 상대로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만 건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반둥 고속도로 건설은 이 같은 위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더디플로맷은 프로젝트 지연에서 비용 초과에 이르기까지 일대일로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들은 특히 국제 대출에서 실사가 부족한 중국 스타일의 단점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차입국의 정부 보증에만 의존해 프로젝트의 현실성과 대출금 상환 능력을 검토하는 데 소홀한 결과 프로젝트는 결국 빚잔치로 끝이 났다. 대출 리스크를 헤지하지 못한 중국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더디플로맷은 일대일로에 ‘부채 함정’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돈을 빌린 국가들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이러한 부채 문제가 중국 시스템 자체에서 비롯됐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돈을 빌린 개발도상국만을 비판하는 것보다 문제를 심화시키는 중국의 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지난 10년간 민관협력파트너십(PPP)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모럴 해저드와 결합된 중국의 PPP 모델은 악명 높은 ‘유령도시’ 등 일련의 비효율적인 국내 투자로 이어졌다. 일대일로로 이런 비효율적인 시스템마저 수출돼 지금처럼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터지고 있다고 더디플로맷은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