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에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의 존안자료, ‘X-파일’이 보관돼 있다고 폭로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년간 국정원에서 해보고 싶었는데 아쉬운 게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히고 “이 자료는 여야의 불행한 역사다. 남겨 놓으면 안 된다. 그래서 특별법을 제정해 (자료를) 폐기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걸 못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국정원장에서 물러난 그는 ‘X파일’에 어떤 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박정희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60년간의 정보가 메인 서버에, 또 일부 기록에 남아 있다”고 했다.
이어 “내용을 보면 다 ‘카더라’더라. 소위 증권가 정보지에 불과하다. 지라시 수준”이라면서도 “국회(정보위원회)에서 의원들에게 ‘이것을 공개하면 의원님들 이혼당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혼 얘기를 했더니 국민의힘 하태경 정보위 간사가 자기는 그렇게 안 살았는데 왜 그렇게 말하느냐고 하더라”며 “그래서 제가 ‘의원님 복잡하게 산 분 아니냐. 한 번 공개해 볼까요’라고 말하니 (공개)하지 말라고(했다)”라고도 했다.
박 전 원장은 “만약 문재인 대통령과 박지원 국정원장이 영원히 집권한다면 이 파일을 공개하지 않겠지만 다른 대통령이, 다른 국정원장이 와서 공소시효도 넘은 특정인의 자료를 공개하면 많은 파장이 올 것”이라며 “예를 들면 정치인은 어떻게 해서 어떻게 돈을 받았다, 어떤 연예인하고 썸씽(something)이 있다는 내용이 다 들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지시각서를 내려서 (해당 자료의) 메인 서버를 열어보는 것은 국정원장의 사전 결재를 맡으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복당을 앞둔 그는 지난 대선과 관련해 당내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가 나온 데 대해 “졌잘싸? 말도 잘 짓는다. 그건 아니다. 겸손하지 못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각각 출마한 송영길 전 서울시장 후보와 이 고문을 사실상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박 전 원장은 8월 전당대회에 이 고문이 출마하느냐를 두고 당내에서 찬반이 갈리는 것에 대해서는 “(출마를) 하지 말라거나 하라고 하면 싸우는 집에 휘발유를 끼얹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민주당은 지금 3연패라고 하는데 앞으로 2년 있으면 총선이다. 4연패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민주당은 싸우면서 잘할 것이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을 선출한 것, 김동연 후보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것은 그래도 희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