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급등‧비규제지역 중심
일부 집값보다 수천만원 비싼
'마이너스 갭투자'까지 등장
"집값 하락기…신중한 투자를"
# 강원 원주시 단계동 세경3차 아파트 전용면적 59㎡형은 지난달 30일 9500만 원에 팔렸다. 하지만 이 단지 같은 층, 같은 평형은 3일 전세 보증금 1억2000만 원에 계약서를 썼다. 매매가격이 전셋값보다 2500만 원이나 저렴한 ‘마이너스 갭투자’가 이뤄졌다.
# 경남 통합창원시 대방동 대방덕산타운 전용 59㎡형은 지난달 3일 2억500만 원에 팔린 뒤 4일 같은 금액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이 단지는 실투자금이 한 푼도 들지 않은 무갭투자나 100만~200만 원 등 소액 갭투자가 최근 반년 동안 5건 더 진행됐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 급등지역 위주로 갭투자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고 일부 지역에선 신고가 대비 수천~수억 원 떨어진 매물이 거래되는 등 시장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전셋값은 전세물건 부족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렇듯 매매가와 전셋값 격차가 좁혀지자 전셋값 상승률이 높은 곳 중 비규제지역이 몰린 지방 내 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갭투자가 활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기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갭투자 매매 증가 지역 중 상당수는 전셋값이 많이 오른 지방·비규제지역으로 나타났다.
아실에 따르면 경남 김해시는 이 기간 총 3932건의 매매거래가 이뤄졌는데 이 중 12%(473건)가 갭투자로 신고됐다. 경남에선 김해시 이외에도 창원시 성산구가 24.3%(388건), 진주시 13.1%(300건) 등으로 전국 갭투자 상위 열 곳 안에 이름을 올렸다. 또 강원 원주시는 13.2%(413건), 전북 군산시 13.7%(316건)로 갭투자 비율이 높았다.
갭투자는 일반적으로 집값 상승기에 시세차익을 거두기 위해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적은 아파트나 빌라를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법을 말한다. 집값이 오르는 시기에는 집값이 상승하면 매도해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집값 하락 시 전세 보증금보다 매매가격이 낮아질 수 있어 위험부담이 큰 투자로 불린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전셋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지방 전셋값이 수도권보다 더 많이 오르자 지방 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갭투자가 몰리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6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03%에 그쳤다. 수도권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0.02%, 5대 광역시는 0.02% 하락을 기록했지만, 기타 지방은 오히려 0.1% 튀어 올랐다. 갭투자가 몰린 경남 창원시와 강원 원주시 전셋값은 0.22%씩 상승했다. 경남 진주시는 0.27%, 전북 군산시는 0.29% 오르는 등 전국 평균보다 더 높은 전셋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에도 지방을 중심으로 전셋값은 오르고 매매가격은 내려가는 시장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방 주택 전셋값은 4월 대비 0.0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0.02% 하락했고, 5대 광역시는 0.15%나 내렸다.
창원시 성산구 P공인 관계자는 “최근 전셋값이 많이 올라 시세 1억~3억 원 사이 매물 중 실투자금이 적게 드는 곳을 중심으로 갭투자 문의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단지 규모나 투자 금액 규모를 보면 젊은 층 매수가 많은데 집값 하락기에 경기도 안 좋은 만큼 신중하게 투자하길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