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불확실성 속 ‘기술’ㆍ‘인재’ 거듭 강조
네덜란드 ASML 본사 찾아 EUV 장비 수급 총력
유럽 현지 완성차ㆍ통신사 등과 파트너십 강화
약 12일간의 유럽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기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삼성의 위기론이 거듭나오는 가운데 결국 해답은 ‘기술’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한 자리에서 이번 유럽 출장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좋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 대해 “몸은 피곤했지만 헝가리에 있는 삼성SDI 배터리 공장과 하만 카돈을 방문하고 BMW 고객도 만났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급변하는 자동차 업계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제일 중요했던 건 네덜란드 ASML과 벨기에 imec 반도체 연구소를 가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 등에 대해 “한국에서는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졌다”며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데려오고 조직이 그런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출국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독일을 찾아 자동차, 반도체 분야 기업들과 사업 방안을 논하는 등 광폭 행보를 시작했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삼성SDI 최윤호 사장 등 경영진과 BMW 등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와의 추가 협력을 끌어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이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서 6년 만에 뤼터 총리와 만나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에 관해 포괄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반도체 초격차’를 위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나 EUV 노광장비의 원활한 수급방안, 중장기 사업방향 등 양사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네덜란드 일정 소화 후에는 벨기에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 반도체연구소인 imec에서 루크 반 덴 호브 CEO를 만나 반도체 분야를 비롯한 인공지능(AI), 생명과학 등의 연구개발 방향을 공유했다.
업계에서는 유럽 출장 마지막 일정으로 프랑스와 영국을 찾아 완성차 업체ㆍ이동통신사ㆍ반도체 등 현지 전략적 파트너들과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영국의 반도체 설계 회사인 암(ARM)을 인텔 등과 협력해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의 NXP, 독일의 인피니언 등을 인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