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체 생산·공급 촉진 계기로 작용
총 매출, 지난해 1조 위안 돌파
중국 정부, ‘작은 거인’ 육성책에 ‘바이 차이나’도 적극 권장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지난 4개 분기 평균 매출 성장률을 분석한 결과 상위 20개 기업 중 19곳이 중국 기업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8곳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성장 속도가 2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이들 기업 중 가장 급성장한 기업은 쑤저우에 있는 반도체 제조사 ‘씨코어(C*Core)’다. 이 회사는 매출이 338.0% 급증했다. 캠브리콘(144%)과 트리덕터(136%), 프라마리우스(100.4%) 등도 두 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투자자들도 중국 반도체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캠브리콘의 주가는 올해 저점에서 두 배 넘게 올랐는데, 전문가들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5500억 달러(약 710조 원) 규모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어떻게 급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는 국가안보에서부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과 같은 첨단 기술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2020년 하이크비전과 SMIC 등 중국 업체들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미국의 제재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을 제한하는 데 성공했지만, 중국 자체 반도체 제조와 공급 열풍을 부추기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중국반도체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현지 공장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해외 반도체 제조장비 주문은 지난해에만 58% 급증했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 기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총매출은 18% 급증해 1조 위안(약 193조 원)을 돌파했다.
해외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들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이른바 ‘작은 거인’ 프로젝트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바이 차이나’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의 펠릭스 리 애널리스트는 “가장 큰 핵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로 비롯된 중국의 공급망 자급자족을 위한 움직임”이라면서 “봉쇄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해외에서 반도체를 수입해왔던 중국 고객들이 원활한 사업 운영을 위해 자국 기업이 자체 개발한 대안을 확보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세계 굴지의 자동차 기업이나 가전 업체들이 생산에 타격을 받을 정도로 심각했던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도 중국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제재와 상관없이 글로벌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리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인 수익성 우려를 떠나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구축한 생산 능력이 전 세계적으로 그들의 입지를 높일 것”이라면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향후 몇 년간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서 매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