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희수 섹타나인 부사장, 온ㆍ오프라인 통합 등 혁신에 속도
SPC 그룹 3세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과 허희수 섹타나인 부사장 형제가 경영 승계를 향한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그룹의 중심에 한층 다가서고 있다. 장남이 허 사장이 파리바게뜨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면, 차남 허 부사장은 IT 계열사 섹타나인으로 그룹 디지털화에 앞장선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 사장과 차남인 허 부사장은 각각 SPC삼립의 지분 16.31%와 11.91%를 들고 있다. 허 회장의 지분은 4.64%에 불과하지만, SPC삼립의 40.66%를 보유한 파리크라상의 지분 63.31%를 보유하고 있다. 허 사장과 허 부사장의 파리크라상 지분은 각각 20.33%, 12.82%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의 마케팅 솔루션 계열사 ‘섹타나인(Secta9ine)’은 최근 자사 멤버십 서비스 ‘해피포인트’와 네이버의 유료 구독 회원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간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통합 멤버십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배스킨라빈스과 던킨, SPC삼립 등의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 ‘포켓몬 챌린지’를 진행하는 등 SPC그룹 내에서 섹타나인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섹타나인은 지난해 1월 IT 계열사인 SPC네트웍스와 해피포인트를 운영하던 SPC클라우드 간 합병으로 출범한 회사다. 주요 사업으로는 스마트 스토어와 멤버십 마케팅, 메타버스, 모바일 커머스, ITO커머스 등이 있다. 작년 말부터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이 IT·네트워크 관련 계열사인 섹타나인의 부사장을 3년 만에 경영에 복귀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허 부사장의 합류로 섹타나인은 SPC그룹은 한층 디지털화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섹타나인은 이달 초 토스의 오프라인 결제단말기 제조 자회사 토스플레이스에 20억 원의 출자해 합작법인을 설립 소식을 알렸고, 지난 16일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AI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화 추천 △자동 큐레이션 △공장 자동화 서비스 등의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면서 디지털화에 광폭행보를 보이고 잇다.
이 회사는 전담 부서인 ‘메타버스 섹타’를 통해 자체 기술을 동원한 메타버스 플랫폼 ‘SPC월드(가칭)’ 구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메타버스 XR 솔루션 스타트업인 ‘하이퍼클라우드(HyperCloud)’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동생이 그룹의 디지털화를 책임진다면 형인 허 사장은 글로벌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허 사장은 올해 1월 SPC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쐈다. 허 사장은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허 회장과 같은 미국 제빵학교(AIB)를 수료했다. 파리크라상에는 2005년 상무로 입사해 그룹 전략기획실 전략기획부문장과 파리크라상 전무를 역임하고 글로벌 사업을 총괄한다.
SPC삼립은 2004년 진출해 중국에서 300여 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며, 미국 100호점과 캐나다 및 영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허 사장의 진두진휘로 동남아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더니, 이번에는 말레이시아에 진출하며 할랄시장 공략에 나섰다. 말레이시아는 파리바게뜨의 8번째 해외 진출국이다.
이를 위해 SPC그룹은 말레이시아 제2의 도시 ‘조호르바루’에 할랄인증 제빵공장 건립에 착수하는 동시에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인 ‘버자야 푸드그룹(BERJAYA FOOD)과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했다. 이번 공장 건립을 계기로 SPC그룹은 2030년까지 동남아 시장에 600개 이상의 점포를 오픈하고 사업을 확장해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19억 무슬림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해외 브랜드 인수를 통한 해외 공략에도 힘을 싣는다. SPC그룹은 지난달 초 프랑스 샌드위치 전문 브랜드 ‘리나스’를 역으로 인수했다. 리나스는 SPC가 20년 전 마스터 프랜차이즈(현지 가맹사업 운영권) 형태로 국내에 들여와 운영 중인 브랜드다.
재계 관계자는 “후계 구도가 장남에 쏠렸다가, 최근 차남도 IT 계열사에 복귀하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후계자가 되려면 현장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만큼 승계를 두고 각자 성과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