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항공우주청 설치를 놓고 경남 사천시와 대전광역시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천시 측은 본래 계획대로 사천에 항공우주청이 설립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전은 항공청과 우주청을 분리해 대전에 우주청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1일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윤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제 우리 국민과 청년들의 꿈과 희망이 우주로 뻗어나갈 것”이라며 “그동안 애써 주신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 여러분, 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이 과제를 진행해 준 많은 기업과 산업체 관계자 여러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원 여러분, 정말 고생 많았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우리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항공우주청을 설립해 여러분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우주개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여러분과 함께 우주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 시절 사천에 항공우주청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명시됐다. 이에 따라 사천 항공우주청 설치가 공식화된 것으로 보이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항공청과 우주청을 분리해 대전에 우주청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은 항공우주청 유치를 두고 사천과 경쟁해왔다. 지난 4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항공우주청 후보지로 경남 사천을 낙점했다. 당시 인수위는 “당선인이 사천에 설치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도 항공우주청 유치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피력했다. 대전세종연구원은 5월 ‘우주정책 전략 수립 용역’ 결과에서 △우주청 기능 극대화 △뉴스페이스 대응 △민관군 협력 강화 △전문인력 양성 및 공급 △국가균형발전 △접근성 및 기타 인프라 측면에서 대전이 가장 양호한 입지라는 결론을 냈다. 사천에 대해선 해당 측면에서 대부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우주청과 항공청을 분리해서라도 대전에 우주청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전세종연구원에 따르면 대전에는 기업체 64개, 연구기관 13개, 대학 8개가 있는 반면 사천에는 16개 기업체밖에 없다. 또 우주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이공계 석박사 배출(3337명)도 경남(1154명)보다 많다.
현재 대전에는 누리호 연구를 주도한 항공우주연구원 본원과 이공계 교육기관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이 있다. 이 때문에 대전시는 우주청이라도 따로 분리 설치해 대전을 우주연구개발 중심지로 육성하고, 사천에는 항공청을 설치해 항공 산업 제조 허브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 부처가 모여 있는 세종시와 3군 본부 등이 충청권에 있는 등 관련 기관과의 협업이나 접근성을 따지더라도 대전이 최적지라고 강조한다.
대전시 측은 “일관되고 체계적인 정책추진, 조직 전문성 강화, 우주 분야의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주 정책을 전담할 우주청의 대전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전시의 이 같은 주장에 사천시와 경상남도 역시 반론을 제기한다. 항공과 우주는 떼놓을 수 없을뿐더러 산업 인프라도 경남이 더 우세하다는 것이다.
경남과 사천시는 상호 호환성이 큰 항공산업과 우주산업을 분리해서 다루면 콘트롤 타워로서의 기능과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미국 보잉사나 유럽 에어버스 등 항공업체가 우주기술 고도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며 항공·우주 산업의 밀접한 연관성을 강조했다.
우주 산업 인프라도 경남이 월등하다고 주장한다. 경남 연구원에 따르면 경남과 대전의 우주산업체 수는 각각 21개, 23개로 비슷하지만, 매출액은 경남이 2050억 원, 대전이 1264억 원으로 차이가 난다. 또 경남은 항공우주산업 경제지표에서 부가가치와 연구개발비 연평균 증가율이 각 13.27%, 13.9%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사천에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은 우주항공청 관련 논란에 대해 “대통령 공약이자 국정과제를 재논의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정부 확정에도 논란이 확산하는 것은 행정력 부재에 있다”고 평했다.
항공우주청 관련 논란이 지역 간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가운데 양측의 시선은 우주항공청 설립을 공언한 윤 대통령에 쏠린다. 최근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등 항공우주청 설립과 관련 기업 지원을 위한 법안은 어느 정도 마련돼있다.
하반기에는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과 민간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22일 항공우주청 설립 논의가 조만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측은 “새 정부에서 새 조직을 만드는 것이므로 국회와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민간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 될 수도 있다는 언급도 이어졌다.
그러나 항공우주청 입지 관련 논란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정부가 하루속히 입지 관련 조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진다.